미국 문제삼는 '국가주도 경제' 논쟁 다자틀로 끌고가기
CPTTP·DEPA '적극 추진'으로 미국 포위 전략에 '맞불'
시진핑 "보호주의 반대, 진정 다자주의 수호"…미에 견제구(종합)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이 4일 "일방주의와 보호주의에 반대해 인류가 더욱 아름다운 미래를 향해 걸어갈 수 있도록 추동해야 한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이날 밤 상하이 국가회의전람센터(NECC)에서 개최된 제4회 중국국제수입박람회(CIIE) 개막식에서 방영된 화상 연설을 통해 "세계가 백 년에 한번 올 변혁기와 코로나19를 함께 맞이한 가운데 일방주의 보호주의가 대두해 경제 세계화가 역행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시 주석이 이번에도 또 '일방주의와 보호주의 반대' 메시지를 전면에 앞세운 것은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선진국 동맹을 결집해 중국을 포위하는 한편 중국을 세계 첨단 산업 공급망에서 배제하려는 전략을 추진 중인 미국에 견제구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이어 "세계무역기구(WTO)를 핵심으로 하는 다자주의 체제는 국제 무역의 기초석"이라며 "중국은 굳건하게 진정한 다자주의를 수호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보조금 지급 등 중국의 국가주도 경제 체제의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단단히 벼르고 있는 가운데 중국은 이 문제를 미국과의 양자 대결이 아니라 WTO를 중심으로 한 다자 대화의 틀로 끌고가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시 주석은 "중국은 적극적이고 개방적 태도로 디지털 경제, 무역 및 환경, 산업 보조금, 국유기업 등 의제에 관한 담판에 참여할 것"이라면서도 "다자 무역 체제에서 국제 규칙을 제정하는 주된 채널을 수호하고 세계 공급망의 안정도 지켜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측이 줄기차게 중국에 시장 확대를 요구해온 가운데 시 주석은 주도적 시장 개방 확대 의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은 굳건하게 높은 수준의 개방을 견지할 것"이라며 외국 자본 진입 네거티브 리스트를 더욱 축소하고 점진적으로 통신과 의료 등 서비스 영역에서의 개방도 확대하겠다고 했다.

시 주석은 이어 중국이 저탄소 녹색 발전 등 국제사회의 의제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그는 "중국은 저탄소 녹색 발전, 디지털 경제 등 국제 협력에 심도 있게 참여하는 한편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디지털경제동반자협정(DEPA) 가입도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CPTTP와 DEPA는 향후 미국의 대중 포위망 구축에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는 점에서 중국이 '적진'이나 마찬가지인 두 협정에 뛰어들겠다는 것은 미국의 대중 포위 시도에 맞불을 놓겠다는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편 시 주석은 중국이 코로나19를 극복하고 작년 세계에서 유일하게 화물 무역을 늘린 나라가 됨으로써 세계 공급망 안정과 세계경제 회복에 '중요 공헌'을 했다고 자평했다.

중국 상무부와 상하이시 정부가 공동 주관하는 수입박람회는 미중 무역전쟁이 본격화한 지난 2018년 중국이 막강한 구매력을 바탕으로 국제사회 영향력 확대를 도모하고자 고안한 관제 행사로 올해로 4회째를 맞는다.

시 주석은 1회 때부터 이 행사에 직접 참석하거나 화상 연결 방식으로 기조연설을 해왔다.

주최 측은 작년 11월 열린 3회 수입박람회 기간 726억2천만 달러(약 86조원)어치의 구매의향 계약이 체결됐다고 밝힌 바 있다.

5일부터 정식으로 시작되는 올해 수입박람회는 127개 국가에서 온 3천여개 기업이 참석한 가운데 오는 10일까지 엿새간 진행된다.

한국 대기업 중에서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기아차, 아모레퍼시픽 등이 대형 부스를 직접 마련해 참석하고 중소기업 111개사는 생활용품과 농수산식품관에 각각 마련된 한국관에 각자 부스를 마련해 중국 측 바이어들을 만날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