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 평가·기대 높아져…한국, 글로벌 현안에 더 크게 기여해야

정부가 인도적 위기에 처한 이란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00만 회분을 공여한다.

해당 백신은 27일 이란에 도착해 양국 간 60년에 걸친 우호관계의 상징으로 이란 국민들에게 전달될 예정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장용훈의 한반도톡] 이란에 백신 준다고? 한국 외교에 담긴 함의

◇ 석유수출대금 논의때 이란에 진심 전달…美와 이란핵도 논의
사실 한국은 현재 이란과 채널을 가지고 긴밀한 소통을 이어가고 있는 몇 안 되는 미국의 동맹국중 하나다.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이 지난 7일 로버트 말리 미국 이란특사와 통화하고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원 협상 현안을 논의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란의 대한국 석유수출대금 약 70억 달러(7조8천억원)는 국제사회의 제재로 우리은행과 IBK기업은행 등 한국의 은행에 묶여 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이란의 입장에서는 국내 동결돼 있는 이 돈을 푸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란은 지난 1월 한국 선박과 선원을 억류하며 압박했고, 이에 대해 한국은 제재로 인한 구조적 제약을 설명하면서도 인도적 분야에서 일부 자금 사용 등과 유엔분담금 납부 등 백방으로 해결책을 모색했다.

이란도 문제 해결을 위한 한국 정부의 진심을 평가하고 있다는 게 외교부 당국자의 설명이고 실제 억류 선박과 선원은 무사히 풀려났다.

최종건 차관은 올해 1월과 4월 억류 문제 해결을 위해 이란을 방문해 고위인사들과 만나 협상했고 8월에는 대통령의 취임식에 정부 대표로 참석했다.

1년도 안 되는 기간에 세 차례 이란을 방문한 것.
외교부 당국자는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이 차관과 통화를 하면 대화의 절반 이상이 이란 문제"라며 "미국측은 이란의 입장을 전해 듣길 원하는데 한국은 이란핵합의 협상의 참여자는 아니지만, 중간에서 매우 중요한 매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용훈의 한반도톡] 이란에 백신 준다고? 한국 외교에 담긴 함의

◇ 국제무대서 한국의 기여에 대한 기대 커져
국제무대에서 한국에 대한 평가는 높아졌고 기대는 커지고 있다.

한국 외교가 달라지고 있고, 달라져야 하는 이유다.

2020년 국민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3만1천881달러로 2017년 이후 3만 달러대를 유지하고 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도 초기 방역에 비교적 선방하면서 작년 경제성장률은 -1.0%로 중국(2.3%), 노르웨이(-0.8%)에 이어 세 번째로 높았다.

한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평가는 5월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 공동성명 속에 고스란히 담겼다.

한미동맹의 미래 청사진을 담은 공동성명의 두 번째 파트 '더 나은 미래를 향한 포괄적 협력'에는 경제 기술적 협력을 비교적 구체적으로 담았다.

공동성명은 "기후, 글로벌 보건, 5G 및 6G 기술과 반도체를 포함한 신흥기술, 공급망 회복력, 이주 및 개발, 우리의 인적교류에 있어서 새로운 유대를 형성할 것을 약속했다"고 명시했다.

미중갈등 속 미국의 공급망 전략에서 한국의 역할을 확인한 셈이다.

한국에 대한 이런 국제사회의 평가는 문재인 대통령의 2회 연속 G7정상회의 초청과 참석에서도 확인된다.

한국에 대한 높은 평가는 자연스레 커진 국제사회의 기대로 이어진다.

G7 정상회의에 앞서 열린 G7외교개발장관회의에 참석한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개발도상국에 대한 백신 지원을 위해 수천만 달러 정도의 기여의사를 피력했다가 '한국이 고작…'이라는 국제사회의 따가운 시선을 받아야 했다는 후문이다.

결국 문재인 대통령은 6월 G7 정상회의에서 '코백스 선구매공약매커니즘'(COVAX AMC)에 대해 올해 1억 달러를 공여하고, 내년에 1억 달러 상당의 현금이나 현물을 추가로 제공한다고 밝혔다.

총 2억 달러 상당이다.

이미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세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베트남 및 태국에 각각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110만 회분 및 47만 회분을 공여했다.

정부는 "향후 국내 백신 수급 및 접종 상황을 보아가며 백신 지원이 필요한 국가에 대한 추가 지원도 검토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장용훈의 한반도톡] 이란에 백신 준다고? 한국 외교에 담긴 함의

◇ ODA 1조원 시대 열었지만, 선진국엔 크게 못 미쳐
외교부는 국제사회를 돕기 위한 올해 무상 공적개발원조(ODA)예산은 9천505억원이고 내년에는 코로나19 지원 등을 감안해 1조1천149억원으로 증액해 ODA 1조원 시대를 연다.

그런데도 여전히 부족하다.

한국은 1인당 ODA 부담액이 연간 46달러다.

5만 원이 약간 넘는 돈이다.

노르웨이(799달러), 스웨덴(572달러), 덴마크(446달러)는 한국의 10∼20배 수준이다.

29개 선진공여국 기관들의 모임인 'OECD 개발원조위원회'(OECD DAC) 평균인 144달러에는 한참 못 미치는 32% 수준이다.

ODA가 외교력의 잣대일 수는 없지만, 국제사회에서 역할을 확대해 나가기 위한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한 이유다.

또 신남방정책과 신북방정책의 적극적인 추진으로 한국외교의 주 무대를 넓혀나가고 유엔 등 다자무대에서 역할의 확대도 중요하다.

미중갈등이라는 거대 이슈가 존재하고 북한의 핵개발이라는 골치 아픈 현안이 괴롭히지만, 한국 외교는 이제 세계 다양한 지역과 국가들을 향해 가야 하는 시점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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