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북한 원화 가치, '장마당 환율' 기준 작년 15%↑·올해 25%↑"
"북한, 경제 최악이라는데 원화 가치는 급등 지속?"…추측 난무

북한 원화 가치 강세가 지속되는 것으로 보여 배경을 놓고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북한이 미국 등 국제사회의 제재 속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겹쳤고 올해 극심한 수재까지 당한 상황에서 북한 원화 가치가 급등하는 매우 이례적인 현상에 전문가들이 주목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북한 경제가 20년 만의 최저 수준이고 주민들은 10여 년째 식량난에 시달리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지는 상황에서 비공식 환율 기준 달러 대비 북한 원화 가치는 지난해 약 15% 오른 데 이어 올해 또 25%가량 상승한 것으로 추산된다.

북한의 공식 환율은 지난 10년 동안 달러당 100원가량으로 안정적이지만, 장마당에서 결정되는 비공식 환율은 달러당 5천200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장마당 환율'은 일본의 아시아프레스와 서울에 본사를 둔 데일리NK 등 두 매체가 은밀한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파악하고 있다고 아시아프레스 기자인 이시마루 지로 씨와 데일리NK 편집인 이상용 씨는 블룸버그에 밝혔다.

데일리NK에 따르면 장마당에서 원화는 2013년 초부터 달러당 8천원 전후에 거래됐으나, 지난해부터 가치가 상승하기 시작해 지난 8월에는 2012년 6월 이후 최고치인 월평균 달러당 4천723원까지 올랐다.

이런 현상을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김병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어느 나라건 사정이 나빠지면 화폐 가치가 하락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북한 원화의 경우는 정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북한 당국이 경제를 지탱하기 위해 원화 가치를 끌어올리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런 시도가 계속되면 "결국 실물경제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 원화 가치 급등이 코로나19 때문이라고 보는 이들도 많다.

임수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2020년 북한이 북중 국경을 폐쇄한 뒤 "수입이 급감하면서 외화 수요도 없어졌다"고 말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북한의 최대 무역 파트너인 중국에서 북한으로 수입이 지난해 8월부터 올해 2월까지 매월 작년 동기 대비 90% 이상 감소했고 이후에도 계속 줄고 있다.

김 교수는 그러나 무역량 감소가 원화 가치 급등의 유일한 원인은 아니라고 말한다.

원화 가치 급등은 북한 내 외화 수요 자체가 감소한 때문으로 이는 북한 당국이 외화 사용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음을 시사한다는 것이다.

그는 "외국으로부터의 수입이 감소해도 장마당에서 달러 수요가 여전하다면 원화 가치가 급등할 리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북한의 수도인 평양 시내 가게들이 달러나 외화 선불카드 대신 원화를 요구하고 있다고 북한 주재 러시아대사관이 지난해 10월 페이스북을 통해 밝혔다.

또 북한 금융당국이 주민들에게 외화 보유량을 신고하고 이를 은행에 맡기도록 지시했다고 데일리NK가 지난 4월 북한 소식에 정통한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북한경제 정보업체 NK투자개발의 강미진 대표는 북한 당국이 원화 가치를 올려 디플레이션을 유도함으로써 생활고에 시달리는 주민들을 보호하려 할 수도 있다고 관측했다.

김 교수는 "북한은 현재의 고립 상태를 사회주의 시스템 복구를 위한 기회로 삼고 있는지도 모른다"면서 "그 핵심이 바로 원화 시스템으로의 회귀"라고 말했다.

북한 원화 가치 급등이 정체불명의 투기 세력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그 원인이 무엇이든 원화 가치의 비정상적 상승은 그 끝이 안 좋을 것이라는 데 전문가들은 대체로 동의한다.

통일연구원의 최지영 연구원은 지난 8월 보고서에서 원화 가치 상승으로 달러가 없는 북한 관영 기업들이나 일반 주민들이 덕을 볼 수 있으나, 변동성이 커지는 현상은 나라 전체에 이로울 리 없다고 밝혔다.

영국 런던 킹스칼리지의 레이먼 파체코 파르도 교수는 "일반 주민들에게 그것은 경고신호"라며 "돈이 없는 가난한 북한 주민들의 생활은 더 악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은주 세종연구소 연구원은 당국이 원화 강세가 사회문제가 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하겠지만 "현재의 추세가 장기간 지속되면 상황이 나빠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북한, 경제 최악이라는데 원화 가치는 급등 지속?"…추측 난무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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