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부실 수사를 또 부실하게 수사…피의자 대부분 빠져나올 것"
'성추행 피해' 공군 이 중사 아버지 "특검 도입해야"
성추행을 당한 뒤 올해 5월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이예람 공군 중사의 아버지는 수사 마무리 단계에 있는 국방부가 부실한 수사 결과를 내놓을 것이라며 특검 수사를 요구했다.

이 중사의 부친은 28일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예견된 수사 결과를 믿을 수 없다"며 "보강수사, 군이 하는 재수사는 절대 안 된다.

이 사건을 수사한 이들도 다 수사 대상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입장문을 읽다 격앙해 목소리를 높이며 분노를 쏟아내기도 했다.

발언 말미에는 사망한 딸의 사진을 들고 흔들어 보였다.

이 중사 부친은 "부실한 초동수사를 한 공군 20전투비행단과 공군본부, 부실 수사를 또 부실하게 수사한 국방부 조사본부와 국방부검찰단까지 군의 법무·수사라인은 기대를 산산이 깨버렸다"며 "재판 중인 1차·2차 가해자 외에는 불구속기소 된 9명의 피의자는 군검찰의 허술한 기소로 빠져나올 수밖에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초동수사 담당자들이 모두 불기소 권고를 받은 것에 대해서는 "수사 자료가 부실해 제대로 심사할 수 없었다거나 일부 위원이 군검찰을 옹호하며 방해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며 "정비되지 않은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국방부가 수사심의위를 방패막이로 사용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아들·딸을 품은 모든 부모가 대통령님과 국회의원님들에 대한 믿음의 끈을 놓지 않을 수 있도록 특별검사 제도를 도입해달라"고 덧붙였다.

피해자 측의 법률 대리인은 "수사의 기본은 팩트를 밝히는 것인데 국방부검찰단의 수사는 사실관계가 심각하게 충돌함에서도 모두 불기소 쪽으로 의견을 모으고 있다"며 "수사 인력이나 기술의 부족, 무능을 떠나 지금은 국방부가 기회를 모두 상실한 것으로 본다.

이런 문제 모두 특검에서 수사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군인권센터와 천주교인권위원회가 공동 주최했다.

선임병들의 지속적인 구타·가혹행위로 숨진 윤승주 일병의 어머니와 복무 중 백혈병을 제때 진단·치료받지 못해 사망한 홍정기 일병의 모친도 참석했다.

단체들은 "성폭력 피해를 막지 못하고 피해자 보호에 실패해 부하를 잃었으며 성역없는 수사도 실패한 국방부 장관을 즉시 경질해야 한다"면서 "야4당이 이미 특검법안을 발의한 상태니 여당만 뜻을 모으면 된다"고 촉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