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망 확충안 발표 중 의도적 강조…"도시 성장 저해 등 고려해 논의 필요"
"공감대 떨어지는 사안…지방선거용 어젠다겠지만, 폭발성 없을 듯" 목소리도
울산시장 '울산공항 존폐 검토' 왜 꺼냈나…배경 놓고 설왕설래
송철호 울산시장이 쏘아 올린 '울산공항 존폐 검토' 이슈가 지역사회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여론의 관심에 불을 붙이는 데는 성공했지만, 공항 존폐에 대한 논의 자체가 불필요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아 송 시장의 이번 이슈 선점이 어떤 결과로 마무리될지는 미지수다.

다만 당장 결론을 내기 어려운 공항 존폐에 대한 찬반 논쟁은 차치하고라도, '송 시장이 왜 지금 시점에 이 문제를 꺼냈을까' 하는 의문을 품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도시 미래를 위해 지금부터 준비해야 할 문제'라는 지지 의견도 있지만, '내년 지방선거에 대비한 선거용 카드이자 승부수'라고 보는 분석이 많다.

울산시장 '울산공항 존폐 검토' 왜 꺼냈나…배경 놓고 설왕설래
◇ 도시 개발 저해, 인접 도시 대형공항 건설…"시의적절한 공론화"
송 시장은 지난 9일 열린 '울산 교통망 확충에 대한 종합계획' 발표 기자회견에서 공항 존폐 논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교통망 확충 계획은 시내버스 노선 개편, 도시·광역철도 건설, 도로망 확충 등 육상 교통 인프라를 보강하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그런데 송 시장은 브리핑 말미에 "울산공항은 불가능한 확장성과 지속적 경영적자를 고려할 때 미래 경쟁력에 의문이 제기된다"라며 갑작스럽게 공항 얘기를 꺼냈다.

당시 배포된 관련 보도자료에도 포함되지 않은, 다소 느닷없는 공항 존폐 문제가 나오자 취재진의 이목이 쏠렸다.

송 시장은 "1970년 개항 당시에는 시 외곽에 위치했지만, 도시 팽창 등으로 지금은 도심 한가운데 공항이 입지해 고도 제한 등 각종 규제로 도시 성장이 가로막혀 있다"라면서 "철도와 도로 등 광역교통망이 가시화하고 시민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울산공항 미래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 생각한다"라고 재차 부연했다.

그러면서 "대구통합 신공항이 2028년, 가덕도 신공항이 2029년에 각각 개항하면 울산은 30분∼1시간 거리에 2개 국제공항을 두게 된다"라면서 이들 대형 공항이 울산공항 기능을 대신할 수 있을 것이라는 대안도 내놨다.

특히 송 시장은 "울산공항 폐항 문제를 대선 공약으로 채택할 것인지 결정하지 않았지만, 채택 여부에 대한 논의도 시작하겠다"고 밝혀, 이 문제를 단발성 이슈가 아닌 장기적 정책 과제로 다루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송 시장의 공론화 이후 공항 존폐 검토의 적절성을 둘러싼 논쟁이 이어지고 있는데, 관련 논의 필요성이 상당하다고 지지하는 여론은 분명히 있다.

특히 공항이 있는 북구와 인접 중구 지역에서는 그동안 소음으로 인한 불편, 고도 제한에 따른 재산권 침해가 해결돼 도시 개발이 촉진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무엇보다 고도 제한이 없어지면 중·북구의 광범위한 지역에서 다양한 개발 사업이 가능해져, 도심 인근에 개발 대상지가 많지 않은 울산에 긍정적인 파급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이런 견지에서 송 시장이 던진 화두는 매우 시의적절한 셈이다.

울산시장 '울산공항 존폐 검토' 왜 꺼냈나…배경 놓고 설왕설래
◇ "멀쩡한 공항을 지금 왜"…'지방선거용 노림수' 분석
그러나 송 시장의 공항 존폐 공론화를 '정치적 노림수'로 보는 분석도 적지 않다.

그동안 공항 존폐는 별다른 시민 관심사가 아니었고, 도시 성장 저해나 지속적인 운영 적자에 대한 우려도 공감대를 사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관점에서는 대구와 가덕도 신공항이 들어선다는 이유로 울산공항 존폐를 논의하자는 제안에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본다.

아무리 편리하고 빠른 교통수단이 공항까지 접근성을 높인다고 하더라도, 공항이 지역 밖에 있는 것보다는 안에 있는 것이 낫다는 점에서다.

또 비즈니스와 관광 목적으로 김포·제주 노선을 이용하는 수요가 꾸준한 상황인데, 자치단체장이 앞장서서 만성 적자를 근거로 들며 공항 존폐를 거론하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많다.

이런 분석을 종합하면 송 시장이 뜨거운 찬반 논란이 불거질 줄 알면서도 공항 존폐 카드를 꺼내 든 것은, 결국 내년 지방선거에서 효과를 보려는 목적이 아니겠냐는 추측으로 이어진다.

가령 소음이나 개발 제한 등 피해를 보는 중·북구 주민들은 공항 폐항을 환영할 수 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중·북구 표를 결집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셈이다.

다만 소음이나 재산권 침해 등 이해관계가 없는 중·북구 주민이 많을 수 있고, 나머지 지역에서는 공항 존치 여론이 우세하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

이런 경우 공항 존폐 공론화는 선거에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다.

그래서 특정 지역 유권자를 의식했다기보다는, 지역 발전을 위한 어젠다를 던지는 효과를 노렸다고 보는 해석도 있다.

광역단체장으로서 도시의 미래를 고민하는 어젠다를 제시하고, 그 해결을 주도하는 선명한 이미지를 보여주려 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보수 성향 정치인은 14일 "울산공항 존폐 공론화는 워낙 생뚱맞은 측면이 있다"라면서 "이 문제는 지역별 이해관계가 큰 사안이어서 여당이라고 찬성하는 것도 아니고, 야당이라고 무조건 반대하는 문제도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선거를 위한 목적 외에는 다른 이유를 찾기는 어려운데, 시민 공감대가 없는 문제를 별 계획도 없이 던진 모양새여서 별 폭발성은 없어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