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친명 상왕" "총수 교시"…'수렴청정 프레임' 공세
'황교익 사태' 일단락…이해찬·김어준 與영향력 재확인
더불어민주당 경선 국면에서 불거졌던 '황교익 사태'가 20일 황씨의 중도하차로 일단락된 가운데 이해찬 전 대표와 방송인 김어준씨의 '역할론'이 정치권 안팎에서 회자되고 있다.

경기관광공사 사장에 내정됐던 맛 칼럼니스트 황씨와 이낙연 전 대표측간에 치킨게임 양상으로 치닫던 극한 충돌이 황씨의 자진사퇴로 종지부를 찍게 된 과정에서 두 사람이 적지 않은 존재감을 발휘하면서다.

김씨는 전날 오전 자신이 진행하는 라디오에서 "이낙연 캠프가 황씨에게 '친일 프레임'을 건 것에 대해 사과하고 내정에 대한 비판은 유지하는 선에서 물러서야 정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18일까지만 해도 공개 언급을 꺼렸던 이낙연 전 대표가 "캠프의 책임 있는 분이 친일 문제를 거론한 것은 지나쳤다"며 사실상 사과했고, 황씨도 지나쳤다며 누그러진 모습을 보였다.

정치권에서 "민주당 대표는 송영길이 아니라 김어준"(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김씨의 여권내 막강한 영향력이 재확인된 셈이다.

여기에 같은 날 오후 7선 국회의원을 지낸 당의 원로이자 친문그룹의 좌장으로 불리는 이해찬 전 대표까지 나서며 상황은 급반전됐다.

이해찬 전 대표는 황씨와 직접 통화하며 "너그럽게 마음을 풀고 민주당의 정권 재창출을 위해 앞으로도 늘 함께해주리라 믿는다"는 취지로 위로와 공감을 표했고, 황씨는 "내일 오전까지 입장을 정리하겠다"고 거취 결단을 시사하며 '화답'했다.

실제 황씨는 이날 오전 페이스북을 통해 자진사퇴 입장을 공식화했다.

연구재단 '광장' 일부를 이 지사의 '민주평화광장'에 물려주며 측면지원 관측을 낳았던 이 전 대표가 이번에도 구원 등판해 '이재명 살리기'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도 고개를 든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이 지사와 추미애 전 법무장관간 명추 연대설이 이 전 대표가 그린 '그림'이라는 설도 나돈 바 있다.

이 지사 캠프 대변인인 민주당 박성준 의원은 "이해찬 전 대표가 감정을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목소리가 떨리던 황씨의 손을 잡아줌으로써 퇴로를 열어준 것 같다"고 평가했다.

또다른 핵심 관계자도 "눈에 띄지는 않지만, 이 전 대표가 묵직한 행보로 이 지사를 도와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야권은 당장 두 사람에 대해 '수렴청정' 프레임을 시도하며 공세를 폈다.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은 김어준씨에 대해 "민주당의 큰손 김어준 총수가 떠서 교시를 내린 것"이라며 "이해찬 전 대표는 이 지사가 어려울 때마다 나타나는 수호천사 같은 분"이라고 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캠프의 김병민 대변인은 "이해찬 전 대표가 친문 상왕에 그치지 않고 친명 상왕으로 확실한 존재감을 부각했고, 범여권 진영을 대변하는 강력한 스피커 김어준 씨의 진가도 빠지지 않았다"고 비꼬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