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통신선 복원은 남북 합의결과"…외교부도 특정품목 제재 논의 부인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3일 국회에 보고한 최근 남북정세 관련 발언들을 통일·외교부 등 해당 부처들이 잇달아 부인하고 나서 눈길을 끈다.

남북 통신연락선 복원 과정과 북한의 요구사항 등 북한이 민감해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국정원장의 판단이 공개되자 정부가 뒤늦게 수습에 나선 모양새다.

국회 정보위원회 여야 간사 브리핑에 따르면 박 원장은 이날 오전 정보위 전체회의에서 지난달 27일 남북 통신연락선의 전격 복원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요청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북한은 남측이 향후 북미관계 재개를 위해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한다며, 북한이 북미회담 전제조건으로 광물 수출·정제유 수입·생필품 수입 허용을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수입을 원하는 생필품에는 평양 상류층 배급용인 고급 양주와 양복도 포함된다고 전했다.

하지만 통일부와 외교부는 오후 들어 박 원장의 발언을 잇달아 부인했다.

통일부는 최근 남북 통신연락선 복원이 김 위원장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는 발언에 대해 "어느 일방이 먼저 요청한 것이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남북 통신연락선 복원은 "양측이 서로 충분히 협의하고 합의한 결과"라는 점을 강조했다.

또 남북 정상이 4·27 판문점선언 3주년을 계기로 여러 차례 친서를 교환하며 신뢰 회복과 남북관계 개선이 필요하다는 공감 아래 성사시킨 결과물임을 재확인했다.

외교부도 제재 완화 논의 문제와 관련, 박 원장과는 결이 다른 입장을 보였다.

외교부 당국자는 고급 양주 등 북한이 수입·수출을 원하는 특정 품목의 제재 완화 문제를 미국 측과 논의한 사실이 있는지를 묻는 취재진에게 "한미 외교당국 간 협의 과정에서 특정 (품목에 대한) 제재 면제 논의는 이뤄진 바가 없다"고 답했다.

한미 당국이 북한과 대화를 재개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박 원장이 언급한 구체적인 품목의 제재 완화를 논의한 적은 없다는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남북 대화와 관여·협력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긴 했지만, 북한을 다시 대화 테이블에 앉히기 위해 제재를 먼저 풀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외교가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이를 잘 아는 한국 정부가 미측과 선(先)제재 완화를 논의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에 제안한 '조건 없는 대화'는 북미 모두에 적용되는 것이다.

그간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 재개 조건으로 '적대시 정책 철회'를 공개적으로 요구한 만큼, 박 원장의 이날 발언은 북한의 일반적인 입장을 설명한 것일 거란 관측도 나온다.

정보당국 수장의 발언에 해당 부처들이 공개적으로 인식 차이를 드러내는 것은 이례적이다.

북한이 13개월 만에 연락채널을 복원하며 남북관계가 중대 분기점에 놓인 상황에서 북한이 반발할 만한 요인들을 최소화하며 대화의 불씨를 이어가려는 조심스러운 행보로 해석된다.

일각에서는 국회 정보위의 정보 전달 방식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른 상임위와 달리 정보기관인 국정원을 피감기관으로 둔 정보위는 대부분의 회의를 비공개로 진행한 뒤 사후에 여야 간사가 국정원 보고 내용을 브리핑한다.

이 때문에 국정원의 보고가 간사들의 입을 한 번 더 거치며 애초와 다른 맥락으로 전달되거나 여야의 정치적 입장에 따라 강조점이 달라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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