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벌적 손해배상을 핵심으로 한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일부개정법률안(언론중재법)’이 27일 여당 주도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문화예술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국민의힘 의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문화예술소위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 16건을 병합한 위원회 대안을 의결했다. 범여권이 문체위 과반을 차지하고 있어 전체회의 문턱도 손쉽게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개정안은 언론이 고의·중과실에 의한 허위 보도를 할 경우 최대 5배까지 배상하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정보도를 신문 1면과 방송 첫 화면, 인터넷 홈페이지 초기 화면에 노출하도록 강제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위헌 논란이 제기된 언론사 매출 기반의 배상액 기준이나 ‘고의·중과실의 추정’ 조항 신설 등도 법안에 포함됐다. 향후 법제사법위원회의 체계·자구 심사 과정에서 문제가 될 것이란 관측도 있다.

국민의힘 소속 문체위원들은 개정안 통과에 강력 반발했다.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언론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규정한 입법례가 있냐”며 “입법조사처에 물어보니 없다고 한다. 규칙에 명시하기보단 법원 판결에 의해 제도화됐다”고 주장했다. 이달곤 국민의힘 의원도 “손해 산정이 합리적이지 않고, 매출 기준으로 해서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적용 대상인 유튜브와 SNS, 1인 미디어는 제외했다. 민주당이 정보통신망법이 아닌 언론중재법을 개정하기로 하면서 대상이 언론과 포털로 좁혀졌다. 이는 유튜브와 SNS를 포함할 경우 일반 국민은 물론 국회의원 자신들까지 손해배상 대상에 포함될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전국언론노조와 한국기자협회·한국방송기자연합회·한국PD연합회 등 언론 현업인 4단체는 지난 7일 간담회를 열고 “정부의 언론개혁 우선순위가 잘못돼 있다”고 성토했다.

정치권에서는 법사위원장 자리를 포함한 상임위원장 재분배에 대한 여야 합의에 민주당의 강성 친문(친문재인) 지지층과 강경파의 반발이 거세지자 언론 규제 입법을 통해 국면 전환에 나선 것으로 분석했다. 전주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내고 “민주당은 오직 언론에 재갈을 물리고 길들여 ‘어용 방송과 신문’을 만들려는 데 혈안이 돼 있다”고 비판했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