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4단계도 효과 미미…3단계는 개편 전 2.5단계보다 낮아"
"델타 변이 등으로 700명대 증가 우려"…일각선 "방역 경직성 풀어야" 의견도
전문가들 "비수도권 3단계론 잡기 어려워…'플러스알파' 필요"
정부가 25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대유행'에 대응하기 위해 비수도권에서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3단계로 일괄 격상한 것을 두고 전문가들은 대체로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최근 전체 확진자 가운데 비수도권 환자의 비중이 38.4%까지 치솟으며 연일 500명대를 이어가는 상황을 고려한 조치이지만 확산세를 잡기에는 부족한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 조치에 따라 2주간 비수도권에서도 카페·식당 등 일부 다중이용시설의 운영시간이 오후 10시까지로 제한되고, 사적 모임도 4명까지만 가능하게 됐지만 최근 유행 상황을 고려하면 방역을 더 강화할 수단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제언이다.

전문가들은 전파력과 확산세가 강한 인도 유래 '델타형' 변이 바이러스가 급속도로 퍼지고 있는 데다,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아 대규모 인구 이동으로 비수도권의 상황이 더욱 악화할 수 있다는 점을 추가 조치를 강구해야 하는 이유로 꼽는다.

다만 일부 전문가는 정부가 방역 목표를 정확하게 설정하고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다음은 천은미 이대목동 호흡기내과 교수,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 김남중 서울대코로 의대 내과학교실 교수 등 감염병 전문가 3인의 상황 진단과 제언을 정리한 것이다.

전문가들 "비수도권 3단계론 잡기 어려워…'플러스알파' 필요"

◇ 천은미 교수 "내주 확산세 더 커져…비수도권도 오후 6시 이후 사적모임 금지 등 필요"
정부는 비수도권 3단계 거리두기 상향 조치만 발표했는데, '플러스알파'(+α) 조치 없이는 확진자 수를 잡기 어려울 것이다.

수도권도 4단계를 2주간 시행했지만, 눈에 띌 만한 효과가 없었다.

현재 3단계 조치는 개편 전의 2.5단계보다도 기준이 낮은 수준이다.

비수도권도 수도권과 마찬가지로 오후 6시 이후에 사적 모임 금지 기준을 걸고, 다중이용시설 운영 시간과 인적 제한 등의 더욱 강력한 조치를 적용해야 한다.

비수도권에서도 감염자들이 다음 주부터 2주간 더 나올 것이기 때문에, 확산세는 지금보다 더 올라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오늘 감염자들은 잠복기 4∼5일을 거쳐 다음 주 중반에 확진 받을 것이고, 그러면 600명대는 물론, 700명대까지도 나올 수 있다고 본다.

이런 상황에서는 휴가를 가능하면 가지 않는 것이 좋다.

가더라도 가능한 한 다중이용시설 이용을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

누가 감염자인지 구분이 안 되는 만큼, 이동하는 차 안에서도 마스크를 꼭 착용하고, 다녀와서는 주변인들을 위해 자가검사 키트로 검사를 받길 권한다.

◇ 김우주 교수 "다중시설 집합 금지까지 고려해야"
이대로는 비수도권 확산세가 잡히기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

사회적 거리두기 3·4단계가 마치 센 것처럼 얘기하지만, 실질적인 내용을 보면 그렇지 않다.

3단계 같은 경우 유흥시설 5종 가운데 3개 종은 집합 금지도 없고, 밤에도 4인까지 모임이 가능하다.

수도권에서도 4단계를 2주간 시행했으나 효과가 없었는데, 3단계 조치로 확산세가 잡히리라 생각할 수는 없다.

현행 거리두기 개편안 자체가 너무 느슨해 근본적으로 효과를 발휘하기 힘든 구조다.

자영업자 고충을 고려해 이런 개편안을 적용한 건데, 이건 정부가 말한 대로 '짧고 굵게 가는' 것이 아니라 '얇고 지지부진하게' 가는 셈이다.

다음 주 중으로 전국적으로는 2천명이 넘을 수 있고, 비수도권만 보면 600∼700명은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다.

현행 거리두기만으로 효과를 내기엔 델타 변이의 위협이 너무 크고, 백신 접종률도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특히 확진자가 다중이용시설에서 계속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자영업자들에게 충분한 보상을 해주고, 다중시설의 집합 금지까지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본다.

전문가들 "비수도권 3단계론 잡기 어려워…'플러스알파' 필요"
◇ 김남중 교수 "거리두기 효과 낙관 어려워…경직성 풀고 유연한 대응 필요"
비수도권 거리두기 3단계 일괄 상향으로 확진자 숫자를 줄일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다.

델타변이의 전파 속도와 확산세를 고려했을 때 낙관할 수만은 없다.

수도권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4단계로 높여도 시행 전후 확진자 숫자가 눈에 띄게 줄지 않고 있다.

현재 최고 허들(장애)은 델타 변이다.

근본적인 문제는 방역 대응에서 정부의 목표가 무엇인지 분명하지 않다는 점이다.

정부가 방역 대응에 있어 뚜렷한 가치와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급선무다.

단지 전체 확진자 숫자를 줄이겠다는 목표를 설정하는 것은 방향성이 맞지 않는다.

일선 병원에서 환자를 보는 의사의 입장에서 코로나19 감염병은 과거보다 위험도가 낮다.

코로나19 확산에서 심각한 단계라면 중환자나 사망자가 큰 폭으로 증가하는 상황인데, 이 비율은 과거와 비교해 커지지 않고 있다.

고위험군에 백신을 접종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최종 목표를 중환자와 사망자를 줄이는 방향으로 맞춘 가운데, 경직성을 풀고 유연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