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국회의 사진 속 시선 떨군 리병철…전원회의 특별명령서 미이행 문제된 듯
조용원은 건재한 듯…김여정·현송월까지 토론자로 나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주민 안전에 커다란 위기를 조성하는 '중대사건'이 발생했다며 권력서열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정치국 상무위원까지 해임 조치함에 따라 사건 내용과 문책 대상에 관심이 쏠린다.

김정은 질책한 '중대사건'에 관심…군량미 동원명령 어겼나

북한은 지난 29일 정치국 확대회의를 열고 "책임 간부들이 세계적 보건 위기에 대비한 국가비상방역전의 장기화 요구에 따라 조직기구적·물질적·과학기술적 대책을 세울 데 대한 당의 중요 결정 집행을 태공(태업)"했다며 "국가와 인민의 안전에 커다란 위기를 조성하는 중대사건을 발생"시켰다고 지적했다.

김 총비서가 직접 간부들을 질책한 데 이어 신랄한 공개 비판 토론이 이어졌다.

또 정치국 상무위원·위원·후보위원과 당 비서를 소환(해임) 및 선거하고 국가기관 간부들을 조동(이동)·임명했다고 밝혔다.

정치국 상무위원은 북한의 핵심 권력으로, 김 총비서를 비롯해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조용원 당 조직비서,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김덕훈 내각총리 등 5명으로 구성돼 있다.

김정은 질책한 '중대사건'에 관심…군량미 동원명령 어겼나

이들 중 군 서열 2위인 리병철 부위원장이 문책당했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조선중앙통신이 30일 공개한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 사진을 보면 주석단이 일제히 거수 의결하는 가운데 리 부위원장만 유독 시선을 떨구고 팔을 낮게 드는 등 의기소침한 모습인 것이 눈에 띈다.

이 장면에서 김 총비서는 리 부위원장 쪽을 바라보며 거수 의결했다.

군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비상 방역 부문에서 역할을 도맡고 있으며, 특히 앞서 이달 열린 당 전원회의에서는 군부대 식량을 풀어 주민들의 생활 안정을 도우라는 명령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 소식통은 "김정은 총비서가 전원회의에서 직접 서명한 특별명령서에는 각 지역에 주둔하는 군부대가 군량미를 해당 지역 주민에게 공급하라는 내용과 전시 예비물자인 '2호미'를 풀라는 내용이 담겼다"고 전했다.

북한은 오랜 '방역 봉쇄'로 식량난이 심각해지자 김 총비서가 직접 전원회의에서 이를 인정하고 특단의 대책을 세울 것을 강조했으며, "현 난국을 반드시 헤칠(헤쳐나갈) 것"이라고 선서까지 한 바 있다.

극심한 식량난에 시달리고 있는 북한이 고육지책으로 군의 비축 식량을 동원하려고 했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추정이 나온다.

그간 코로나19 청정국을 자처하던 북한의 비상방역망에 구멍이 뚫려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지만, 의심·확진자 발생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지난해 7월 탈북민 월북으로 개성에서 감염 의심자가 확인됐을 당시에는 즉각 정치국 비상확대회의를 열어 국가비상방역체계를 '최대비상체제'로 격상하고 개성을 봉쇄했던 것에 반해 이번에는 별다른 방역 강화 조치가 없었기 때문이다.

김정은 질책한 '중대사건'에 관심…군량미 동원명령 어겼나

확대회의에서 "당 결정과 국가적 최중대 과업 수행을 태공(태업)한 일부 책임 간부들의 직무태만 행위", "당 중앙의 결정 지시를 관철하기 위해 고심분투하지 않고 보신주의와 소극성에 사로잡혀 인민 생활 안정과 경제건설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 과오"를 거론한 것이 김 총비서의 특별명령서 이행 미진을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토론에서도 "전원회의들에서 토의·결정한 중요 과업 관철에서 무지와 무능력, 무책임성을 발로시킨 간부들"이 "당 중앙의 구상과 영도 실현에 해독적 후과를 끼치게 (됐다)"고 비판했다.

특히 "국가 비상방역체계의 지속적 강화와 나라의 경제사업과 인민 생활 안정에 엄중한 저해를 준 데"를 언급하면서 이번 사안이 단순히 코로나19 방역의 문제가 아니라 장기 봉쇄를 뒷받침하기 위한 정책적 측면에서 발생한 문제임을 시사했다.

김정은 질책한 '중대사건'에 관심…군량미 동원명령 어겼나

김덕훈 내각총리가 문책 대상자였을 가능성도 있다.

김 총리는 북한 경제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도맡고 있는데 이날 토론자 사진에서는 빠졌다.

또 확대회의에서 국가기관 간부들을 인사 이동했다고 밝힌 것을 보면 내각 구성에 변화를 줬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반면 조용원 비서나 최룡해 상임위원장이 문책대상이 됐을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조 비서는 이날 사진에 주석단에서 일어서 있는 모습이 포착되기는 했지만, 자세나 다른 정치국 위원들의 시선을 볼 때 문책보다는 보고를 위해 일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통상 간부들의 비위 행위 등을 보고하는 것이 조직비서의 일이기도 하고, 이날 회의에서 토론자로 나서기도 했다는 것을 고려해보면 건재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 상임위원장은 남측의 국회에 해당하는 입법기관의 수장으로, 이번 문책 사안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직책을 맡고 있다.

김정은 질책한 '중대사건'에 관심…군량미 동원명령 어겼나

한편 김 총비서의 여동생인 김여정 당 선전선동부 부부장과 현송월 부부장이 이날 토론자로 나선 것도 눈에 띈다.

두 사람은 회의 때도 좌석에 나란히 앉아 있었으며, 이후 토론자로도 모습을 드러냈다.

이외에도 리일환 당 비서, 김재룡 조직지도부장, 리영길 사회안전상, 김형식 당 법무부장, 정경택 국가보위상이 연단에 올라 비판 토론에 참여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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