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김황식은 총리 거쳐 정치行
與 "헌법상 의무 저버렸다", 野 "文정권 제대로 작동 안해"
중도하차 택한 최재형, 첫 정치직행 감사원장
최재형 감사원장은 임기를 채우지 않고 정치에 직행하는 첫 감사원장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야권의 잠재적 대권주자로 꼽혀온 최 원장은 28일 임기를 6개월가량 앞두고 사퇴 의사를 밝혔다.

최 원장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숙고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며 정치 입문을 직접 선언하지는 않았으나, 현실 정치, 나아가 대권에 뛰어들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4년의 임기를 채우지 않고 중도 사퇴한 감사원장은 최 원장이 처음은 아니다.

1987년 민주화 이후에도 정권이 교체되거나 정권 내 인사 수요가 있으면 임기 전에 물러나곤 했다.

최근 사례로는 임기 1년 7개월을 남겨두고 사퇴한 양건 전 감사원장이 꼽힌다.

이명박 정부에서 임명된 양건 전 원장의 사퇴 과정에서 박근혜 정부 청와대와의 갈등설이 나오기도 했다.

다만 감사원장이 중간에 물러나더라도 정치에 직행한 경우는 없었다.

세 차례 대선에 출마한 이회창 전 원장, 2014년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김황식 전 원장은 국무총리를 거쳐 정치에 투신했다.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독립성을 감안한 처신이자, 암묵적 공감대였다고 할 수 있다.

헌법에는 감사원장 임기를 4년으로, 감사원법에는 '감사원은 대통령에 소속하되, 직무에 관하여는 독립의 지위를 가진다'고 각각 명시돼 있다.

따라서 정치를 염두에 둔 최 원장의 사의 표명은 감사원의 중립성·독립성을 스스로 훼손했다는 비판으로 이어진다.

더욱이 최 원장이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감사를 주도하며 문재인 정부에 각을 세웠다는 점에서 그렇다.

'최재형 감사'가 중립적으로 이뤄졌냐는 의문으로 연결되는 대목이다.

최 원장은 월성원전 1호기 감사를 둘러싼 논란, 감사위원 제청과 관련한 청와대와의 갈등 논란 등이 불거졌을 때 예외없이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내세운 바 있다.

당장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는 "현역 감사원장의 대권 도전은 헌법상 의무를 저버리는 행위", "감사원장은 대선 출마의 징검다리가 아니다" 등 비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중도하차 택한 최재형, 첫 정치직행 감사원장
이 같은 부담을 안고 최 원장이 사퇴를 결심한 데는 야권의 끊임없는 구애가 작용했다는 시각도 있다.

국민의힘 내에서는 야권 주자로 최 원장이 꾸준히 거론돼왔다.

특히 유력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X파일 문제가 불거지자 당내에서는 '최재형 대안론'이 급부상했다.

따라서 야권은 최 원장의 중도하차를 적극 엄호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저희가 푸시하지도(밀지도) 풀하지도(끌지도) 않는 상황"이라며 거리를 두면서도 "충분히 저희와 공존하실 수 있는 분"이라고 러브콜을 보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최 원장의 사의 표명에 "문재인 정권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을 보여준다"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