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총 14명 입건…광주시청·동구청·학동4구역 재개발조합 압수수색
철거공사 '복마전' 개입 의혹 조폭 출신 인사 출국…수사 허점 노출
'철거건물 붕괴 참사' 굴착기 기사 등 2명 구속영장(종합2보)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철거건물 붕괴 참사를 수사 중인 경찰이 굴착기 기사 등 2명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광주시청, 동구청, 학동 4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도 동시에 압수수색했으나 철거공사 복마전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조폭 출신 인사의 해외 출국을 막지 못하는 등 허점을 노출했다.

광주경찰청 전담 수사본부(박정보 수사본부장)는 15일 굴착기 기사와 현장 공사 책임자 등 2명에 대해 업무상 과실 치사상 등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들은 학동 4구역 재개발 사업지에서 불법 다단계 하도급, 해체계획서 미준수 등 법규를 무시하고 철거 공사를 강행해 지난 9일 건물 붕괴로 사상자 17명이 발생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굴착기 기사는 철거공사를 불법 재하도급받은 백솔건설 대표이고 현장 책임자는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로부터 철거공사를 수주한 한솔기업 소속이다.

'철거건물 붕괴 참사' 굴착기 기사 등 2명 구속영장(종합2보)
경찰은 굴착기 작업을 했던 백솔건설 대표자로부터 "건물해체계획서를 본 적이 없다.

시공사와 하도급업체의 지시대로 작업했다"는 등의 진술을 확보하고 구속 절차에 착수했다.

경찰은 이날 오후 광주시청 도시경관과, 광주 동구청 건축과·민원과, 광주 학동 4구역 재개발조합 사무실 등 3곳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재개발사업 전반의 관리·감독 의무가 있는 자치단체의 책임 여부를 규명하고자 광주시와 동구를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불법 다단계 하도급으로 이뤄진 철거공사에 조합이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도 함께 조사 중이다.

학동 4구역의 석면과 지장물 해체는 조합이 다원이앤씨에, 붕괴 사고가 난 일반건축물 해체는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이 한솔기업에 공사를 맡겼다.

그러나 다원이앤씨와 한솔기업은 계약과 달리 백솔건설에 공사를 불법 재하도급해 진행했다.

'철거건물 붕괴 참사' 굴착기 기사 등 2명 구속영장(종합2보)
재개발조합 업무와 학동 4구역 재개발사업에 조직폭력배 출신 인사가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해외 출국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뒷북' 입건을 했다.

해당 인사는 학동 4구역 재개발사업 공사 수주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심을 받는 문흥식 전 5·18 구속부상자회장이다.

경찰은 문씨가 참사로 귀결된 철거공사 수주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보고 조사 중이다.

하지만 문씨는 이미 이틀 전인 지난 13일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고, 경찰은 이날 뒤늦게 문씨를 입건하면서 출국 상태를 확인했다.

문씨는 2018년 10월께 언론 취재에 응하면서 학동 4구역 재개발 사업조합의 '고문'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이력이 있다.

그는 2018년 10월 신임 조합장 선출 투표장에 건장한 청년들을 대동하고 난입했다는 의혹까지 받는다.

문씨는 재개발·재건축 용역 및 대행업을 하는 미래로개발을 설립해 운영을 아내에게 맡겼는데 이 업체를 통해 조합이 시공사와 철거업체 선정 등을 할 때 배후에서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철거건물 붕괴 참사' 굴착기 기사 등 2명 구속영장(종합2보)
조합 측은 문씨와 학동 4구역 재개발사업 연관성을 부정하고 있다.

경찰은 지금까지 참사와 관련해 20명 이상을 조사했고, 이 가운데 현대산업개발 현장 관계자, 철거업체 관계자, 감리회사 관계자, 문씨 등 14명을 피의자로 입건했다.

경찰은 참사 이튿날인 지난 10일에도 현대산업개발 광주 현장사무소, 철거업체 2곳, 감리회사 등 5곳을 압수수색했다.

당시 감리자가 참사 발생 후에야 건물 철거 전후 사진 등 증빙자료를 모은 정황을 확보해 수사 중이다.

경찰은 입건된 피의자들의 구체적인 혐의를 조사하고 문씨에 대한 송환 절차에 착수할 방침이다.

이번 참사는 지난 9일 오후 4시 22분께 광주 동구 학동 4구역 재개발 사업지의 버스 정류장에서 발생했다.

철거공사 중이던 지상 5층짜리 건물이 통째로 무너지면서 바로 앞 정류장에 정차한 시내버스 1대가 잔해에 매몰됐다.

짓눌린 버스 안에 갇힌 17명 가운데 9명이 숨지고 8명은 중상을 입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