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시 지반 약해 실내구장 못 짓고, 실외구장만으로 축소

강원 강릉시가 지반이 연약한 쓰레기 매립장에 테니스장 건립을 강행하면서 실내구장 건립이 무산되는 등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쓰레기 매립장에 테니스장 강행한 강릉시…실내구장 건립 무산
14일 강릉시 테니스협회 등에 따르면 강릉시가 55억원을 투자해 테니스장을 신축 중인 올림픽파크 내 공사장에서 쓰레기가 대량 출토돼 실내 테니스장 조성 계획이 무산됐다.

시는 애초 테니스장 12면 중 4면을 실내 테니스장으로 조성할 예정이었으나 공사장 지하에서 쓰레기가 쏟아지자 최근 계획을 바꿨다.

시는 실내 시설인 돔을 설치하는 데 필요한 주각을 설계에서 제외했고, 쓰레기 매립량이 많은 지역에 계획했던 테니스장 2면은 실외 시설로도 추진하지 않기로 설계 변경했다.

이에 따라 강릉 테니스인들이 오랫동안 염원해왔던 실내 테니스장 건립은 무산됐고, 조성 규모도 10면으로 축소됐다.

쓰레기 매립장에 테니스장 강행한 강릉시…실내구장 건립 무산
강릉 테니스 동호인들은 쓰레기 매립장에 테니스장을 건립하는 것에 처음부터 반대했지만, 강릉시가 이를 무시한 데다 사전 타당성 조사마저 부실하게 이행하면서 공사에 차질이 빚어졌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예비 타당성 조사를 전문가가 아닌 도로 공사를 하는 곳에 맡기는 등 부실하게 했다고 성토했다.

시는 시공 전 4곳에 대해 사전 지질 조사를 했으나 공사 도중 쓰레기가 추가로 나오자 지질 조사를 다시 하면서 토목 공사까지 한때 중단해 지난달 4일로 예정됐던 준공일은 연말로 미뤄졌다.

테니스장 공사가 진행되는 곳은 수십 년 동안 강릉 시내 각종 생활 쓰레기를 매립한 곳이다.

일각에서는 테니스장을 건립하더라도 2∼3년 뒤부터 지반 침하로 균열이 생기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지금이라도 공사를 전면 중단하고, 새로 부지를 선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테니스 단체들이 현재 사용 중인 동부지방산림청 부지 내 테니스장은 애초 이달 말까지 돌려주기로 계약돼 테니스 동호인들은 자칫 오도 가지도 못할 처지가 될 수 있다.

동부산림청은 현재의 테니스장은 철거하고 자체 사업을 위해 사용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테니스 단체들은 테니스장 조성 면적이 축소된 것과 관련해 강남권에 실내 4면, 실외 4면 규모의 시설을 추가로 건립해달라고 강릉시에 요구했다.

강릉시 테니스협회는 "강원 18개 시군 중 테니스 시설이 가장 열악해 모처럼 신규 테니스장 조성에 많은 기대를 했으나 공사 중 쓰레기 암초에 부딪혀 실내 코트 건립이 완전히 무산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수십 년 동안 매립한 쓰레기 때문에 건축비가 증폭되다 보니 졸속 테니스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모든 책임은 강릉시장에게 있다"고 덧붙였다.

테니스 단체들은 테니스장 주변에 강릉시를 규탄하는 현수막을 여러 개 내걸었다.

쓰레기 매립장에 테니스장 강행한 강릉시…실내구장 건립 무산
이에 대해 강릉시는 예상보다 쓰레기가 많이 나와 실내 테니스 시설을 설치하지 못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쓰레기 매립장을 테니스장 부지로 선정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현재 공사를 진행 중인 만큼 부지를 새로 선정하는 것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강릉시 관계자는 "쓰레기가 예상보다 많이 나와 실내 테니스장은 설치하지 않고, 규모도 줄이기로 했다"면서 "강남권에 테니스장을 새로 설치하는 문제는 사업 타당성을 종합 검토해야 하므로 어려움이 많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