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단체·선원노련 등 의견 맞서…내년 상반기 출범 어려울 수도
외국인선원 관리 이해관계 충돌…수산어촌공단 출범 '잠정중단'

정부가 당초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잡았던 '한국수산어촌공단' 출범이 외국인 선원 관리 권한 문제를 둘러싼 이해관계 충돌로 무기한 교착상태에 빠졌다.

13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해수부는 지난 3월 2일부터 4월 19일까지 기존 한국어촌어항공단을 확대·개편해 한국수산어촌공단을 설립하는 내용의 '한국수산어촌공단법안'을 입법예고 했다.

수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어촌 환경과 소득을 개선하려는 목적이다.

외국인선원 관리 이해관계 충돌…수산어촌공단 출범 '잠정중단'

◇ '외국인선원 관리업무 공단에' 조항 놓고 법안 표류…인권단체는 '찬성'
통상 입법예고가 끝나면 법제처에서 법안의 자구·체계와 법적 타당성 등을 심사받고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정부안을 확정하는 절차를 밟지만, 이 법안은 입법예고가 끝나고도 두 달째 법제처 단계도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해수부 관계자는 "외국인 어선원 문제 때문에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하고 있어서 조금 늦어지고 있다"면서 "이해관계자들과 협의를 진행하려고 향후 절차는 잠정적으로 중지하고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수산어촌공단의 역할로 '선원법에 따른 외국인선원의 인력수급, 고용관리에 관한 사업'을 규정한 입법안 제8조 1항 4호다.

현재 20t 이상 연근해 어선에서 일하는 외국인 선원에 대해서는 해수부의 업무를 위탁받은 수협과 전국해상선원노동조합연맹(선원노련)이 협의해 국내 송입과 국내 취업 후 이탈 방지를 위한 관리 등의 업무를 취급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외국인 선원 인권 침해 문제와 불법 송출입 관행이 문제로 떠오르면서 정부는 이를 바로잡고자 수산어촌공단에 외국인 선원 송출입과 관리 업무를 맡기는 방안을 추진했다.

공익법센터 어필에 따르면 외국인 선원은 한국에서 일하기 위해 '도망가지 않겠다'는 의미의 보증금과 각종 수수료 등 최고 1천500만원까지 송출입 업체에 납부하고 있다.

이런 불법적 관행으로 인해 외국인 선원들은 하루 20시간이 넘는 고강도의 강제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해양경찰청이 더불어민주당 최인호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외국인 선원에 대한 범죄행위는 총 67건으로, 피해자는 76명에 달했다.

이 중 조업활동이나 선박 사고로 숨진 사람이 22명이고, 폭행당한 사람은 16명으로 집계됐다.

인권단체와 외국인 선원 단체 등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공공기관이 선원 송출입과 관리 업무를 맡아야 한다는 입장으로, 정부 입법안에 대체로 찬성하고 있다.

외국인선원 관리 이해관계 충돌…수산어촌공단 출범 '잠정중단'

◇ 선원노련 강력 반대 "한국선원 일자리 잠식…경험없는 기관에 업무 못 맡겨"
하지만 수협과 선원노련은 이번 입법안에 강력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선원노련 관계자는 "외국인 선원이 (무분별하게) 들어오면 한국인 선원의 일자리가 잠식되고 한국인 선원의 근로 여건을 개선할 기회가 박탈된다"면서 "외국인 선원 송출입 비용과 인권침해 문제는 별도로 개선할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 26년간 수협과 노사가 맡아서 외국 인력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효율적으로 업무를 하면서 현재의 체계를 구축해 왔다"면서 "정부는 입법안에 대한 사전 협의도 하지 않은 데다 외국인 선원 관리에 아무런 경험이나 노하우가 없는 공단에 업무를 맡긴다면 끝까지 반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장의 반대가 계속되자 해수부는 결국 지난 3월 '외국인 선원 선발, 현지 교육, 송출은 공단이 담당하고, 국내 관리는 일선 수협 등 기존과 같이 민간에서 담당한다'는 내용의 조정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선원노련 등 현장을 중심으로 해당 조항 자체를 삭제하라는 요구가 계속되고 있어 수산어촌공단 출범 추진은 당분간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교착상태가 계속되면 내년 상반기에 수산어촌공단을 출범하려던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수 있다.

해수부 관계자는 "현장에서 실무진 등을 동원해 설득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선원 관리 이해관계 충돌…수산어촌공단 출범 '잠정중단'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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