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신예' 이준석 후보에게 당대표 자리를 내준 중진 후보들은 정치적 체면을 구기게 됐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예견하지 못했던 '이준석 돌풍'에, 산전수전 다 겪은 중진들은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특히 4선 경력에 원내대표까지 지낸 나경원 후보는 지난해 총선, 올해 초 서울시장 후보경선에 이어 이번 전당대회에서도 낙선해 적잖은 타격을 입게 됐다.

당의 간판스타로서 한때 대권 도전까지 고심했던 나 후보로서는 갑작스럽게 떠오른 이준석 바람에 일격을 맞은 모양새가 됐다.

보수텃밭인 대구·경북(TK) 출신의 당내 최다선(5선) 주호영 후보 역시 정치적 상처가 만만치 않다.

직전 원내대표, 당대표 권한대행으로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전망과는 달리 14%의 득표율에 그쳤다.

이준석발 세대교체 쓰나미에 휩쓸려간 중진들
까마득한 정치후배를 상대로 '계파 논쟁'을 끄집어내 구시대적 선거운동이라는 비난을 자초한 점은 이들 중진에겐 더 뼈아픈 대목이다.

이 대표가 유승민 전 의원 측의 지원을 받는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과정에서 옛 친이·친박 논쟁까지 재소환됐고, 후보들의 난타전이 이어졌다.

대선정국과 맞물린 세대교체론이라는 거대한 파고가 이번 전당대회에서 드러난 만큼, 당분간 중진들의 정치적 공간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초선 의원은 "두 중진이 차라리 예비경선을 통과했을 때 역전이 쉽지 않다는 판세를 미리 읽고 미래 세대에 기회를 열어주겠다며 후보직을 사퇴했다면 오늘의 굴욕스러운 결과를 받아들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패배가 오히려 이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열어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다가오는 대선정국에 30대 당대표와 합심해 중진으로서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꼰대'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털고 '경륜'의 긍정적 이미지를 부각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당 관계자는 "선거 패배로 타격을 입는다는 것은 당연한 말이지만, 재기가 어려울 정도의 타격은 아닐 것"이라며 "정치에 '절대'란 말은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