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서 합동연설회 >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들이 2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부산·울산·경남 합동연설회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준석, 홍문표, 주호영, 조경태, 나경원 후보.  /연합뉴스
< 부산서 합동연설회 >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들이 2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부산·울산·경남 합동연설회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준석, 홍문표, 주호영, 조경태, 나경원 후보. /연합뉴스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 ‘빅3’ 후보인 주호영·이준석·나경원 후보가 최대 승부처인 영남권 표심 공략에 나섰다.

주 후보는 2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두 번째 ‘부산·울산·경남 합동연설회’에서 “이 후보는 ‘유승민계”라며 공격을 이어갔지만 이 후보는 반격을 하기보다는 지역 내 데이터센터산업 육성을 약속하며 정책 대결을 벌였다. 나 후보도 네거티브 공세를 자제한 채 과거 탄핵 정국에서 원내대표로 당을 지켰다는 점을 상기하며 당원들의 지지를 요청했다.

국민의힘 당권 주자들은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날 선 공방을 통해 설전 수위를 높였다. 주 후보와 나 후보가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후보를 향해 “대선 경선 관리에서 공정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공격하자, 이 후보는 “계파 논쟁은 해당(害黨) 행위”라고 받아쳤다. 하지만 합동연설회에서는 상호 비방하기보다 각자의 장점을 내세워 당원들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데 주력했다.

당권 주자 가운데 첫 번째 발표자로 나선 주 후보는 다른 후보들을 공격하며 긴장감을 높였다. 그는 “공정한 대선 관리를 위해 특정 대선후보와 친분 관계가 있다든지, 악연이 겹친 사람이 당대표가 돼서는 안 된다”고 이 후보를 저격했다. 이어 “당의 외연 확장을 위해서 강성 투쟁 이미지 일변도의 후보가 돼서도 안 된다”고 나 후보에게도 견제구를 날렸다.

주 후보의 네거티브 공세에도 이 후보와 나 후보는 해명 혹은 반격을 하기보다 각자 강점을 부각시킨 정견 발표를 이어갔다. 이 후보는 부산·울산·경남(PK) 지역 경제 활성화를 당차원에서 추진하겠다며 당심을 공략했다. 그는 “PK 지역의 비교 우위 산업은 데이터센터”라며 “이 산업은 우수한 엔지니어, 저렴한 전력, 풍부한 회선 인프라가 필요한데 PK에 적격”이라고 강조했다. 데이터센터는 각종 데이터를 모아두는 시설로 4차 산업혁명의 병참기지 역할을 맡고 있다. 이 후보는 “미래 지향적인 일자리를 선도적으로 창출해낼 수 있다면 젊은 층의 지지를 영속화할 수 있다”며 지지를 부탁했다.

나 후보는 그간 이 후보와 날 선 공방을 펼쳤던 것과 달리 데이터센터 제안에 대해 “좋은 아이디어”라고 추켜세웠다. 당권 주자들 사이의 경쟁이 격화되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하며 “우리의 상대는 민주당”이라고 강조했다. 나 후보는 탄핵 이후 당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을 내세우며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지난 4년 엄혹한 시절에 당이 문 닫을 뻔할 때 당원 동지와 당을 지켰다”며 “2018년 지방선거에서도 65번의 지원 유세를 다녔다”고 했다. 이어 “다음 대선은 첫 번째도 두 번째도 정권 심판 선거가 돼야 한다”며 “정권 심판의 적임자는 나경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최고위원 등 전당대회 후보들은 3일 대구·경북(TK)에서 합동연설회를 한다. 영남권은 전체 당원 선거인단의 약 51%를 차지하고 있어 최대 승부처로 꼽힌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