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북한 노동당 규약 분석…'우리민족끼리' 표현도 삭제
'일본 군국주의' 표현 없애…"향후 북일관계 긍정적 신호"
이종석 전 장관 "북한, 통일 지향 안 해…남조선혁명도 포기"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2일 북한이 더는 통일을 지향하지 않고 있으며 '남조선 적화전략'도 사실상 포기했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 전 장관은 이날 온라인 화상회의 플랫폼 '줌'을 통해 취재진에게 북한이 지난 1월 노동당 8차 당대회에서 개정한 '조선노동당 규약'(이하 당 규약)을 설명하며 "북한이 통일을 지향한다는 것은 맞지 않으며 남조선 혁명도 포기했다"고 말했다.

기존 당 규약은 통일전선과 관련, "우리민족끼리 힘을 합쳐 자주, 평화, 통일, 민족대단결의 원칙에서 조국을 통일하고…"라고 명시했지만 새로운 당 규약에서는 대남 인민연대를 상징하는 '우리민족끼리' 표현이 삭제됐다.

또 통일 시기에 대한 문구도 기존 "조국을 통일하고"에서 "조국의 평화통일을 앞당기고"라는 보다 장기적 전망을 뜻하는 표현으로 바뀌었고, "민족의 공동번영"이라는 남과 북의 공존을 강조하는 표현도 새로 실렸다.

통일 과업과 관련해서는 기존 당 규약의 '전국적 범위에서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의 과업을 수행' 표현이 새 당 규약에서는 사라졌다.

이런 점들로 미뤄 "북한의 대남 통일전선론이 약화했고 규약에서는 남조선혁명론이 소멸한 것으로 보인다"고 이 전 장관은 분석했다.

미국과 일본에 대한 북한의 인식 변화도 새로운 당 규약에 반영돼 있다고 이 전 장관은 해석했다.

우선 새 당 규약의 "남조선에 대한 미국의 정치군사적 지배를 종국적으로 청산하며"라는 문구에서 '종국적으로'라는 표현에 초점을 맞춰 "남한에 대한 미국의 정치·군사적 영향의 장기성을 북한이 어느 정도 인정한 것"으로 평가했다.

아울러 기존 규약에 있던 "일본 군국주의와 재침책동을 짓부시며"라는 표현이 새 당 규약에선 삭제된 것을 두고 "향후 북일관계에 긍정적 신호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북한이 새 당 규약에서 총비서 바로 아래 제1비서 직함을 신설하고 그 역할을 '조선노동당 총비서의 대리인'이라고 명시한 것에 대해선 "유사 상황에 대비해 수령체제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며 현재는 공석일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그는 제1비서를 당대회 없이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선출할 수 있도록 한 대목을 두고 "수령의 신상이 위급할 때 당 대회라는 복잡한 절차 없이 신속히 선임하도록 한 것"이라며 "대리인인 제1비서는 후계자, 그리고 후계를 이어주는 인물까지 포함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특히 "제1비서는 백두혈통만이 가능하며 유사시 김여정을 등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또 새 당 규약에서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이 "당중앙위원회 부서와 같은 권능을 가지고 사업한다"는 내용이 삭제된 것에 대해선 "더는 조명록·황병서 같은 사실상의 국가권력 이인자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장은 나올 수 없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