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래깃국·방울토마토 등 비선호품 식단에…햄버거에 우유 줘
농수축산물 대부분 수의계약해 군 용통성 제약…외주화 검토해야
[부실 軍급식] ③MZ세대에 뒤처진 군…급양체계 송두리째 바꿔야
최근 병사들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부실 급식 실태 등을 잇달아 폭로한 상황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번 기회에 군 급식 및 피복 등 급양 조달 체계를 송두리째 바꿔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무조건 따르라는 식의 일방적이고 수직적인 군대 문화도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 장병들에게 맞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이번 폭로가 선호하지 않은 품목이 식단에 오르고, 지시와 복종을 강요하는 군대 문화 등에 강하게 반감을 표출한 사례라는 분석도 나온다.

윗세대 간부들이 "라떼(나때)는 없어서 못 먹었어"라며 MZ세대 장병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 식단을 강압적으로 고집할 경우 군의 급식 체계는 후진성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23일 지적했다.

◇ "작전은 실패해도 배식은 안 돼"…'1식은 3찬에 국물' 공식 깨야
현재 군의 급식 체계는 맛보다는 칼로리에 치중해 짜인 식단표대로 배식한다.

무조건 '1식은 3찬에 국물'이란 표준화된 식단을 고집하고 있다.

병사들은 대체로 국물을 선호하지 않는다.

그래서 '1식 3찬 국물'이란 표준 공식에 얽매이지 말고 식단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오징어가 들어 있지 않은 오징어국'을 급식해 병사들의 마음을 다치게 할 바에는 차라리 MZ세대가 잘 먹지 않는 국물을 아예 식단에서 빼고 그 비용으로 선호 반찬을 추가하자는 것이다.

[부실 軍급식] ③MZ세대에 뒤처진 군…급양체계 송두리째 바꿔야
군 급양 담당자들은 농수축산물 조달에 있어 현재 특정 기관과 맺은 수의계약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이런 틀을 깨고, 군에 자율성을 주지 않는 한 근본적인 처방이 나올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장병 급식에 사용하는 농수축산물은 1970년 농협과 맺은 '군 급식 품목 계획생산 및 조달에 관한 협정'에 따라 수의계약 방식으로 조달한다.

작년 기준 급식예산의 약 54%가 이렇게 집행됐다고 군 관계자는 전했다.

수의계약은 국산 품목을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장병들의 선호도와 무관하게 식자재를 일괄 구매하는 문제가 있다.

기관에서 할당하는 식자재와 지역 특산물 위주로 공급하다 보니 장병 선호도와 무관하게 급식으로 제공된다는 게 군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군 관계자는 "쌀국수, 콩자반, 멸치볶음, 시래깃국, 된장국 등 병사들이 선호하지 않는 품목이 식단에 자주 오른다"며 "후식 과일도 방울토마토, 감 등 비선호 품목이 나온다.

병사들이 좋아하는 오렌지는 국내 업체들의 민원 등으로 공급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쌀 소비 정책에 따라 쌀국수를 제공하고 있지만, 병사들이 선호하지 않아 잔반으로 처리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한다.

그렇다고 쌀국수 급식을 줄이면 당장 농림축산식품부 등에서 문제를 제기한다고 군 관계자는 전했다.

김광식 한국국방연구원(KIDA) 책임연구위원은 "작전에 실패해도 배식에는 실패하면 안 된다는 말이 있듯이 장병들이 충분히 건강한 식사를 하고 생활할 수 있게 돌보는 문제는 지휘관들이 챙겨야 할 기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부실 급식 논란이) 제도, 운영 등 시스템의 문제인지, 아니면 예산이나 부대 여건 등 환경적인 문제인지, 사람 때문에 생긴 문제인지 따져 봐야 한다"고 말했다.

◇ "생일 쌀 케이크 대신 모바일 상품권"…'연간 1인당 우유 435개' 적정한가?
군과 전문가들은 정부가 관여하는 '통제형'의 급식 정책을 일선 부대에 융통성을 부여하는 자율형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예를 들어 장병 1인당 연간 우유 435개씩 무조건 소비해야 한다는 지침은 통제형 급식 정책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군대리아'(햄버거)가 나오는 날에도 탄산음료 대신 우유를 준다.

시리얼과 햄버거 급식이 겹치는 날이면 우유가 2개나 나온다.

다 먹지 않고 남기는 경우가 허다하다.

군 관계자는 "체질적으로 우유를 먹지 못하는 장병들에게 두유나 주스류를 제공해야 하지만, 연간 정해진 우유 소비수량을 충족하려면 어쩔 수 없이 햄버거가 나올 때도 우유를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생일 쌀 케이크와 매월 제공되는 떡, 연간 6회 나오는 쌀국수 등은 쌀 소비 차원에서 시행됐다.

일선 부대는 한 달에 한 번꼴로 생일 축하 쌀 케이크를 구매한다.

그렇다 보니 휴가 중 생일을 맞아도 나오고, 생일이 지나간 날에도 제공된다.

쌀 케이크도 다 먹지 않고 버리는 사례가 많다.

일각에서는 생일 쌀 케이크 대신 '모바일 상품권'으로 주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고 주장한다.

군부대에서 남기는 음식을 외부 업체에 맡겨 처리하는데 연간 110억여원이 소요된다.

내년 140억여원으로 오르는 잔반 처리 예산은 전체 급식비에서 충당한다.

[부실 軍급식] ③MZ세대에 뒤처진 군…급양체계 송두리째 바꿔야
여기에다 병사들이 입대 전 즐겨 먹던 대기업 제품은 아예 식단에 오르지 못한다.

일부 대기업의 만두, 떡갈비 제품 등은 PX(군마트)에서 살 수 있으나, 군 급식으로는 조달되지 않는다.

대신 중소기업 육성 시책에 따라 상호도 낯선 기업의 돈가스, 햄, 소시지, 짜장, 카레소스, 장류 등이 급식으로 제공되는 실정이다.

◇ "군 급양 체계 국가차원서 해결책 모색해야"…급식 외주화도 검토
전문가들은 급식 외주화를 비롯해 피복 등의 급양 체계를 전면 개편하자고 주장한다.

특히 군 차원에서 개편안을 마련하는 것은 한계가 있으므로 국가 차원에서 해결책을 모색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현행 군 식자재와 부식 조달 방침이 국가 시책에 의해 좌우되는 사례가 많아서다.

피복도 보훈 등 특정분야 단체에서 집중해서 보급한다.

한 전문가는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에 가정에 살던 귀한 자식을 군에 데려왔는데 1만 달러 시대 때의 대우를 해주니 불만이 터져 나오는 것"이라며 "현행 급양 체계는 군 차원에서만 바꾸기 어렵고 국가적인 차원에서 해결책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군 급양 담당 관계자는 "군은 예산을 받아 집행 의뢰하는 소비자임에도 예산을 집행하는 방법 면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에 얽혀 있어 소비자인데도 비난을 받고 있다"면서 "군도 좋은 제품을 제대로 된 가격을 주고 보급하고 싶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고 말했다.

군 관계자들은 대안으로 급식 외주화를 장기적으로 검토하자고 제안한다.

최근 물류 시스템을 고려하면 수도권과 후방 부대 급식은 물론, 경기·강원 지역 최전방 부대의 급식까지 대기업 등에 맡기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경기 포천, 강원 춘천·원주 등에 급식 거점 센터를 설립한 뒤 최전방 일반전초(GOP) 지역까지 '반조리 케이터링(음식 배송)'을 하는 방안 등도 검토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군은 육군부사관학교를 대상으로 작년부터 올해까지 2년간 외주화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반기에는 전문기관에 의뢰해 식자재 구성과 만족도, 영양학·경제학적 측면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예정이다.

평가 결과에 따라 전체 교육기관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다만 군내에선 급식 전면 외주화가 당장 실현되기 어렵다는 반응도 있다.

민간 업체에 급식을 맡기려면 유통 마진과 인건비 등을 고려해 급식비를 1만5천원 이상 책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외주화 땐 군부대가 있는 지역의 농수산물을 구매하기 어려워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반발을 초래할 수도 있다.

[부실 軍급식] ③MZ세대에 뒤처진 군…급양체계 송두리째 바꿔야
국방개혁2.0에 의해 줄어든 조리병(취사병) 역할을 대신하는 민간 조리원 충원도 대안으로 제시된다.

민간 조리원은 병력 80~300명 부대 취사장에 1명 배치가 기본이다.

민간 조리원은 취약 시간인 주말에는 근무하지 않는다.

주말에 제대로 된 급식을 제공하려면 조리원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방혜린 군인권센터 상담지원팀장은 "국방부가 조리 인력을 직접 고용해서 관리하면 중간에 (급식 조달 부조리가) 개입될 여지가 적다"며 "학교 급식도 대부분 직접 고용하는 쪽으로 돌아섰다.

그런 사례를 참고해 장기적인 로드맵을 짰으면 한다"고 제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