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대통령 '원팀' 강조에도 정책 엇박자 불가피
여당으로 옮겨가는 무게추…대선시계에 맞춰지는 당청관계
송영길 대표 체제를 선출한 5·2 민주당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국정운영의 무게중심이 청와대에서 여당으로 옮겨가고 있다.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신임 지도부의 간담회에서도 이런 기류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송 대표는 모두발언에서 "우리 당이 내년 3월 9일 (대선에서) 다시 국민으로부터 신임을 받아야 문 대통령이 성공하는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것"이라며 "앞으로 모든 정책에 당의 의견이 많이 반영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에서 "당이 주도적으로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고 바람직하다"고 호응했다.

임기말 정권의 무게추가 당으로 기우는 것은 5년 대통령 단임제에서 비롯된 불가피한 현상이지만, 문재인 정부의 경우 지난 4년간 청와대의 당 장악력이 워낙 강했다는 점에서 당청간 미묘한 역학 변화라도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정치권에서는 4·7 재보선 참패를 두고 '청와대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문 대통령의 힘이 약화됐고, 최근 야당이 부적격 판정을 내린 장관후보 3인방인 '임박노', 특히 임혜숙 과기부 장관의 진퇴 논란과 맞물려 주도권이 급격히 청와대에서 여당으로 옮겨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당내에서는 2030 세대의 원성이 들끓고 많은 여당 의원이 등을 돌렸는데도 청와대가 임 장관을 끝까지 지키려 하는 모습에서 "한계를 느꼈다"는 탄식이 이어졌다.

한 핵심 인사는 "3명 모두, 적어도 임혜숙을 날렸다면 '이제서야 여당이 정신 차렸구나'하고 등돌린 지지층이 좋아했을 것"이라며 "대통령 체면도 있으니 이번 한번은 좋게 좋게 넘어가자는 심리가 강했던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과거 노무현 정부에서 극심한 당청 대립을 경험한 문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들이 이번에는 최대한 갈등을 피하고자 하는 점도 당청관계 변화를 가속화할 요인으로 꼽힌다.

문 대통령은 간담회에서 "임기 마지막이 되면 정부와 여당 간에 틈이 벌어지는 것이 과거 정당의 역사였다"며 "유능함은 단합된 모습에서 나온다.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단합된 유능함'의 구심점으로 당을 지목함으로써 대선을 앞둔 민주당에 힘을 실어주려는 의도로 보인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원팀' 정신을 강조한 것과 별개로, 차기 대선이 다가올수록 당청 사이의 대립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흘러나오고 있다.

청와대는 지금까지의 국정 성과를 앞세워 정책기조를 유지하려는 성향이 강한 반면, 여당은 시시각각 바뀌는 '대권 풍향계'에 따라 차별화된 태도를 표방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일례로 송 대표는 이날 간담회에서 "GTX-D 노선이 '김부선'으로 끝나는 바람에 서부 지역에 상당한 민심 이반이 있다"며 정부의 정책에 비판적인 생각을 내비치기도 했다.

또 문재인 정부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히는 부동산 문제를 두고도 최근 여당에서는 종합부동산세 기준 완화 논의가 속도를 내고 있으나, 청와대는 신중론을 유지하는 등 견해차가 계속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