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취임 후 첫 시험대…초선 목소리 부각
임혜숙 살리고 난기류 수습…당청, 서로 '체면치레'
더불어민주당과 청와대가 13일 야권의 낙마 공세가 거셌던 장관 후보자 3명 중 1명을 읍참마속 하는 선에서 난기류 수습에 들어섰다.

공교롭게 청와대의 재송부 요청 D데이에 잡힌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 지도부의 간담회를 하루 앞두고서다.

더불어민주당의 '민심 수용' 기류가 부분적으로나마 관철되면서도, 청와대 역시 야당의 '낙마 1순위'였던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를 사수함으로써 당청이 동시에 '체면치레'를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청와대는 이날 박준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가 전격 자진사퇴하자 "국회 청문절차가 신속하게 완료되기를 희망한다"는 입장을 냈고, 민주당은 속전속결로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의 본회의 통과 절차에 나섰다.

문재인 정부 들어 청와대 각료 인사에 당의 의사가 반영된 것이 사실상 처음이라는 점에서 임기 말 당청관계의 무게추가 청와대에서 민주당으로 옮겨진 것이란 반응이 나온다.

민주당 초선의원 모임 '더민초'가 전날 장관 후보자 3인 가운데 최소 1명의 지명철회를 공개 요구한 것이 청와대의 '전원 임명' 강행 기류를 뒤집은 것으로 비친다.

이번 3인방의 거취 문제는 취임 일성으로 '당 중심' 기조를 외친 송영길 대표로선 첫 시험대이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전원 임명 흐름을 돌려세움으로써 당의 주도권을 어느 정도 '회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청와대와 당심 사이에서 절묘한 '줄타기'를 이어가며, 자칫 균열·갈등으로 치달을 뻔한 당청관계를 비교적 안정적으로 수습해 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야당의 체면도 어느 정도 살려줬다는 반응도 있다.

야당이 바라는 후보는 아니었지만 3명 중 1명이 자진사퇴 형식으로 낙마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송 대표가 공개적 목소리를 자제하며 신중한 행보를 이어가는 사이 낙마의 물꼬를 초선 그룹이 국면을 주도하는 모양새가 연출되면서 존재감을 충분히 부각하지는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혜숙 살리고 난기류 수습…당청, 서로 '체면치레'
여권에서는 청와대가 박 후보자를 잃는 대신, 위장전입·논문표절·아파트 다운계약 등 야당의 최우선 낙마 표적이었던 임 후보자를 지켜냈다는 점에도 주목하는 분위기다.

여성 장관 비율을 30% 이상으로 유지하는 것이 정부의 목표치였던데다, 문 대통령이 직접 "성공한 여성의 롤모델이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임 후보자를 지명한 것"이라고 언급하며 각별한 심정을 드러냈다는 점에서다.

당 핵심 관계자는 "지도부의 쇄신 기조가 흔들리지 않으면서도, 대통령의 인사권을 최대한 존중하며 내실 있는 결과를 얻어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뒤집어보면 송 대표가 청와대의 벽을 넘어서지 못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민주당으로선 청와대의 입장을 감안, 가장 많은 의혹이 제기됐던 임 후보자 대신 박 후보자 1명을 낙마시키는 선에서 타협을 본 셈이다.

송 대표는 이날 저녁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대통령 선거일까지 이제 300일 남았다.

문재인 정부의 성공과 정권 재창출을 위해 온 힘을 다하겠다"고 원팀 정신을 다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