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체제 공고화 자신감 반영…정상국가 지향 연장선
北청년단체 '김일성·김정일' 빼고 '애국'…국가제일주의 지향

북한이 노동당 외곽조직인 청년단체의 명칭에서 선대 최고지도자들의 이름을 빼고 '사회주의애국'이라는 표현을 넣어 주목된다.

'김일성-김정일주의청년동맹'은 지난 27∼29일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린 제10차 대회에서 "우리 혁명과 청년운동 발전의 요구에 맞게 청년동맹의 명칭을 '사회주의애국청년동맹'으로 바꾸는 내용의 결정서를 채택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0일 전했다.

결정서는 새 명칭에 대해 "청년동맹의 본질과 애국적 성격, 사회주의 건설의 후비대(後備隊)라는 것이 명백하게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노동당의 후비대로 일컫는 청년동맹 명칭에서 선대 수령의 이름이 빠진 것은 25년 만이다.

북한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공식 집권 초기인 1996년 청년동맹 명칭을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으로 바꾸면서 수령의 이름을 처음 넣었고,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초기인 2016년에는 김정일의 이름까지 추가해 '김일성-김정일주의청년동맹'으로 개칭했다.

청년동맹 이름에서 선대 수령의 이름을 모두 지운 것은 집권 10년을 맞는 김 위원장의 권력장악에 자신감을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제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정치적 후광을 이용하지 않아도 위상에 문제가 없을 만큼 김정은 집권 체제가 안정화됐다는 판단을 반영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1월 8차 당대회에서 '영원한 총비서'라며 김정일의 자리로 남겨뒀던 당 총비서에 올랐고, 김정일 집권기부터 활동했던 고령 인사들도 대부분 현업에서 배제하며 권력체계를 공고히 했다.

北청년단체 '김일성·김정일' 빼고 '애국'…국가제일주의 지향

아울러 북한이 해외 친북단체가 아닌 북한 내 단체의 명칭에 '애국'이라는 표현을 넣은 것도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그동안 북한은 주민들에게 수령인 최고지도자를 체제와 동일시하면서도 단체 등의 명칭에 선대 수령의 이름을 명시해 수령에 대한 충성을 부각했다.

그러나 이번에 선대 수령의 이름 대신 애국을 명시함으로써 비록 형식적이라고 해도 국가에 대한 충성을 앞세운 셈이다.

갈수록 거세지는 국제사회의 제재와 압박 속에서 수령에 대한 직설적인 충성보다는 애국심을 자극하는 것이 내부 결속 선동에 더 설득력이 있고 먹힌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에서 국가와 애국을 강조하는 '국가제일주의' 구호가 본격적으로 사용된 것은 북미 협상이 지지부진한 2018년 말 즈음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어 2019년 신년사에서 국가제일주의를 역설했으며 애국심을 고취한 노래 '우리의 국기'를 대대적으로 보급할 것을 지시하며 애국심 바람몰이에 앞장섰다.

또 이때부터 '국풍(國風)'이라는 표현도 북한 사회에 대대적으로 사용되며 노동당과 더불어 국가도 강조했다.

결국 청년단체 명칭에 수령 이름 대신 사회주의애국을 넣은 것은 김정은 정권이 지향해온 '사회주의 정상국가'에 대한 열망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8차 당대회를 진행하면서 대회장 내에 7차 당대회와 달리 김일성·김정일의 초상 대신 노동당 기를 걸었고, 폐막곡으로도 기존 연주곡인 '높이 날려라 우리의 당기' 대신 다른 사회주의 국가에서도 사용하는 '인터내셔널가'를 선택했다.

지난 2월부터는 김정은이 맡은 국무위원장의 영어 표기를 의장이나 위원장을 뜻하는 '체어맨'에서 주석·대통령이라는 뜻의 '프레지던트'로 바꿔 여타 국가의 수반 호칭과 동일하게 맞추기도 했다.

그간 '인민무력성'이라고 불렀던 군 담당 행정기구를 일반적인 국가와 마찬가지로 '국방성'으로 바꾼 것도 같은 흐름이다.

그러나 청년동맹 명칭이 바뀌었다고 해서 본질이 달라진 것은 아니다.

김 위원장도 이번 대회에 보낸 서한에서 "명칭을 고쳤다고 하여 전 동맹의 김일성-김정일주의화를 총적 목표, 총적 투쟁과업으로 삼고 있는 우리 청년조직의 본태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지금 위법행위, 범죄행위에 말려드는 청년들을 보면 예외 없이 조직과 이탈되어 있거나 조직적 통제를 싫어하는 청년들"이라며 "조직생활 유리자(이탈자), 미수속자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급선무로 내세워야 한다"고 강조, 청년들에 대한 강력한 통제를 주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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