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민원 해결사 '척척세종' 취약계층에 한달 427건 민원 지원
[톡톡 지방자치] "형광등 교체도 변기 보수도 공무원에게 맡기세요"

"시청에서 이런 일도 해주는지 몰랐는디, 세종시가 참 살기 좋은 도시네…"
세종시 연기면 노후 단독주택에 홀로 사는 80대 A씨는 설거지할 때마다 부엌 바닥이 물바다로 변해버려 골머리를 앓았다.

싱크대 하수구를 통해 드나드는 쥐 때문에 배수 호스가 망가지면서 틈 사이로 물이 새기 때문이다.

배관공을 불러 수리할 형편이 안되다 보니, 테이프로 구멍을 대충 막아두긴 했지만 임시방편일 뿐이었다.

어느 날 이웃에 사는 이에게 불편함을 얘기했는데 이웃 주민이 시청에서 무상으로 민원을 해결해주는 서비스가 있다며 A씨 대신 신청해줬고, A씨는 접수 사흘 만인 지난 19일 수리를 받을 수 있었다.

세종시가 운영하는 생활민원 기동처리반 '척척세종' 팀은 배수 호스 전체를 교체해줬을 뿐만 아니라 주방 등이 고장 나 전구가 한쪽만 켜져 있는 것을 보고 등 기구와 전구도 추가로 보수했다.

A씨는 "오랜 세월 혼자 살다 보니 이런 서비스가 있는지도 몰랐는데, 대신 접수해준 이웃에게도 감사하고 방문해주신 선생님들도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공무원 4명과 공무직 3명으로 구성된 척척세종은 2대의 스포츠유틸리티차(SUV)를 이용해 2개 조로 나눠 지역 소규모 공공시설물을 보수하고 취약계층의 생활 불편 민원을 처리하는 일을 하고 있다.

[톡톡 지방자치] "형광등 교체도 변기 보수도 공무원에게 맡기세요"

2015년 1월 출범한 뒤 현재(지난달 말)까지 마을회관과 경로당, 도로·교통시설물, 보도블록 등 공공시설물을 개·보수하고 취약계층 주택의 전구·형광등을 교체하고 파손된 문짝, 방충망, 타일 등을 보수하는 등 3만2천524건의 민원을 해결했다.

하루 14건, 한 달로 따지면 평균 427건에 달하는 수치이다.

양성균 생활민원담당은 "노인, 장애인, 한부모 가정 등이 증가하면서 생활용품이 고장 나거나 파손됐을 때 수리하기 어려워 불편을 겪는 세대가 많다"며 "생활 속 불편 사항을 해결하는 실질적인 행정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시작됐다"고 말했다.

본인이 겪어야 하는 불편은 크지만 남들이 보기에는 사소한 민원이어서 오히려 해결하기 어렵다는 점에 착안해 지원하게 됐다.

김민순 민원과장은 "형광등을 갈거나 변기가 막히는 등 문제는 재료비는 얼마 안되지만 출장 비용이 더 들기 때문에 어르신들이 부르기가 어렵다"며 "공무원인 저희야 인건비가 필요 없으니까 저렴한 비용에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데, 비용으로 치자면 사실 소소한 것인데도 어르신들은 손을 부여잡으며 참 좋아하신다"고 말했다.

생활 불편 사항의 경우 가구당 5만원, 공공시설물은 30만원 이내 비용에서 무상 수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실제 예산은 운영비와 홍보비, 차량 유지비 등을 합쳐 연간 8천600만원 밖에 되지 않지만, 제도 시행 7년 차에 읍·면지역 마을 어르신들 사이에 '척척이'로 통할 정도로 정책 홍보 효과도 크다.

척척세종 팀이 현장에 직접 나가 어르신이나 장애인의 어려움을 듣다 보면 사무실에서 머리로는 생각하지 못했던 불편 사항들을 마주할 때가 많다.

지난 19일 장군면에 거주하는 장애인 노부부 가구의 집을 방문했을 때도 처음에는 당초 신고사항인 방충망 수리를 나갔다가 일거리를 '덤'으로 얻었다.

양성균 담당은 "팔에 장애가 있으시다 보니 접이식으로 된 현관문의 방충망 테두리를 밀고 당기며 사용하는 과정에서 훼손이 된 것으로 판단했다"며 "방충망을 교체한 이후 문에 손잡이를 추가로 달아 드려 이용이 편리하시도록 조치했다"고 말했다.

노부부는 작은 부분까지 섬세하게 챙겨주는 데 감동했다며, 불편한 몸을 이끌고 문 앞까지 배웅을 나와 직원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척척세종 팀은 정기적으로 마을회관·경로당 등을 돌며 생활민원서비스 신규 시책을 발굴해 추진하고 있다.

이용자가 대부분 노인층이라 낙상으로 인한 골절사고 등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점을 고려해 실내 화장실에 미끄럼 방지 매트를 설치하고, 출입문의 문고리도 둥근 모양에서 격자식으로 교체했다.

[톡톡 지방자치] "형광등 교체도 변기 보수도 공무원에게 맡기세요"

지난해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의 하나로 저온 스팀 살균기를 활용해 신발장과 싱크대, 화장실 등을 소독했는데 반응이 좋았다고 시는 설명했다.

사업을 시작한 지 몇 년 지나다 보니 시 조치원청사 별관 내 물품 보관 창고에는 각종 공구와 조명, 콘센트, 환풍기, 싱크대·세면대·변기 부품, 문고리, 방충망 등이 즐비해 웬만한 철물점이 부럽지 않을 정도이다.

김 과장은 "일이라고만 생각하면 힘들어서 못 한다"며 "갈 때는 화가 나셔서 찡그리고 계시던 어르신이 일이 끝나고 나면 환하게 웃는 표정으로 바뀌시는 걸 보면, 뿌듯하고 보람도 느낀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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