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사진)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향해 "건방지다"라고 발언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야권에서는 공개적으로 들끓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으며 '상왕' 비판까지 제기되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 11일 공개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안 대표가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을 축하하며 '야권의 승리'를 운운했는데 건방진 소리"라고 밝혔다.

배현진 "선거도 끝났는데 스토킹처럼 분노 표출?"

이후 야권에서는 공개적으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해당 보도가 나온 직후 배현진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해당 보도를 보고) 잠시 놀랐다"고 전하며 "앞으로 우리는 더 큰 화합을 이뤄 나가야 한다"고 적었다.

이어 "좁은 지면에 담기지 못한 말씀의 의미가 따로 있었을 것이라고 믿는다"며 "선거도 끝났는데 아흔을 바라보는 연세에 서른 살도 넘게 어린 아들 같은 정치인에게 마치 스토킹처럼 집요하게 분노 표출을 설마 했겠는가"라고 덧붙였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 /사진=뉴스1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 /사진=뉴스1
그는 또 "안 대표의 야권의 승리라는 말씀에도 깊이 동의한다"며 "서울시민들께서 그리고 우리 당원들께서는 선거전 내내 '화합하라'는 명을 강력하게 주셨고 최종 두 후보의 아름다운 화합 모습에 단비 같은 승리를 허락하셨다"고 전했다.

배 의원은 이와 함께 지난해 총선 패배의 책임이 김 전 위원장에게도 있다는 것을 언급하며 "대패의 책임을 털어내실 수 있게 됐다. 못 벗기고 있던 1년 묵은 때였는데 얼마나 후련하셨을까 짐작해본다"고 꼬집었다.

장제원 "안철수에게 고맙다고는 하지 못할망정…"

12일에는 같은 당 장제원 의원 역시 김 전 위원장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장 의원은 페이스북에 "재임 시절엔 당을 흔들지 말라고 하더니, 자신은 나가자마자 당을 흔들어 대고 있다"며 "심술인가, '태상왕'이라도 된 건가"라고 했다.

장 의원은 "뜬금없이 안 대표를 항해 토사구팽식 막말로 야권 통합에 침까지 뱉고 있으니, 자아도취(自我陶醉)에 빠져 주체를 못 하는 모습으로밖에 보이질 않는다"며 "팔을 걷어붙이고 우리를 도와준 상대에게 고맙다는 말은 하지 못할망정, '건방지다'라는 막말을 돌려주는 것, 그것이 더 건방진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 /사진=연합뉴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 /사진=연합뉴스
이어 "'국민의 승리를 자신들의 승리로 착각하지 말라'는 (김 전 위원장의) 마지막 메시지는 허언이었나 보다. 본인은 착각을 넘어 몽롱해 있는 것 같다"며 "'승리한 자의 오만은 패배를 부른다'는 진리를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 대표는 이와 관련해 이날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 직후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이와 관련해 "정확한 표현은 그게(건방지다는) 아니었던 거 같다"며 "야권의 혁신, 대통합, 정권교체의 필요성에 대해서 그걸 부인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겠는가"라며 에둘러 수습하는 모습을 보였다.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