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초설' 신상철 씨 진정으로 진행…유족이 조사 원하지 않으면 '종료'
생존 장병 "몸에 휘발유 뿌리고 청와대 앞에서 죽고 싶은 심정"
군사망조사위, '천안함 피격' 조사 개시 결정…유족 강력 반발(종합)
대통령 소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이하 위원회)가 천안함 피격 사건에 대한 조사 개시를 결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천안함 좌초설'을 꾸준히 제기했던 신상철 씨가 낸 진정에 따른 것으로, 전사자 유족 등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위원회 관계자는 1일 연합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작년 9월 7일 천안함 피격 사건의 원인을 밝혀 달라는 취지의 진정이 접수됐다"며 "사전 조사를 거쳐 그해 12월 14일 조사 개시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천안함 민군합동조사단 위원으로도 활동했던 신상철 씨가 '사망 사건 목격자로부터 전해 들은 사람'이라는 진정인 요건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진정을 접수한 이상 관련 법령에 따른 각하 사유에 해당하지 않으면 조사 개시 결정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그는 "본조사가 시작되면 진정인과 유가족 의견 청취를 먼저 해야 한다"며 "유가족이 조사를 원하지 않을 경우 위원회는 종료 결정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밖에도 조사 과정에서 추후 결격 사유가 확인되면 각하될 수도 있고 이미 사실 확인이 됐고 구제조치가 완료됐다고 판단되면 기각 결정으로 끝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민군 합동조사단은 이미 해군 초계함 천안함이 2010년 3월 26일 오후 9시 22분 백령도 서남방 해상에서 경계 임무 중 북한 잠수정의 어뢰 공격으로 침몰했다고 그해 5월 공식 발표했다.

승조원 104명 중 46명이 전사하고 58명이 구조됐다.

천안함 피격 사건의 전사자 유가족과 생존 장병은 신 씨의 진정을 각하하지 않은 위원회의 결정에 반발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유족은 "신상철 씨가 진정인 요건을 충족했다고 판단했다면 해당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 목격자가 누군지부터 명확히 해명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생존 예비역 장병도 "위원회는 억울하게 돌아가신 분들의 사건·사고를 조사하는 곳으로 알고 있다"며 "유족도 아닌 음모론자가 낸 진정을 받아들이고 추진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말했다.

천안함 생존자 예비역전우회장인 전준영 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관련 기사 사진과 함께 "몸에 휘발유 뿌리고 청와대 앞에서 죽고 싶은 심정"이라고 올리기도 했다.

이에 대해 위원회 관계자는 "신 씨가 조사단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목격자로 인정할 수 있는 생존 장병에 대한 조사에 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해당 진정 사건에 대한 본조사가 시작되기까지는 시간이 좀 더 걸릴 전망이다.

위원회에 따르면 접수 마감 시한인 지난해 9월 14일까지 1천787건의 진정을 받았는데, 이번 진정은 마지막 달에 접수한 370여 건 중 하나다
2월 말까지 진상이 규명된 321건을 포함해 649건이 종료됐고, 나머지 1천138건에 대해서는 접수 순서에 따라 본조사가 진행된다.

이 관계자는 "가늠하기 어렵지만 일러야 하반기는 돼야 진정인 조사와 유가족 면담으로 해당 진정에 대한 본조사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