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자치권·대만 민주주의·신장 인권에 대한 중국 공격 비판
"북한 권위주의 정권, 자국민에 광범위한 학대"…대북정책에 인권 중요해질 듯
미, 중국 코앞서 작심비판·한미일 협력 강조…한국 고민 깊어져
한국을 찾은 미국 국무·국방부 장관이 한미가 협력해야 할 도전 과제로 중국을 지목하면서 방한 주요 목적이 중국 견제에 있음을 드러냈다.

미중 갈등 구조에서 균형을 지키려는 한국 정부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17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외교장관회담에서 한미동맹은 민주주의와 인권 등 양국이 공유하는 가치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블링컨 장관은 "우리는 이 지역을 포함한 전 세계에 민주주의가 위험한 수준으로 퇴행하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며 미얀마에서의 유혈사태와 더불어 중국의 행동을 일일이 나열하며 지적했다.

그는 "중국은 강압과 호전적인 행동으로 홍콩의 자치권을 체계적으로 침식하고 대만의 민주주의를 약화하고 있으며 티베트의 인권을 침해하고 남중국해에 영유권을 주장한다"면서 "이 모든 것은 인권법을 침해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방한 이유로 "우리는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인권과 민주주의, 법치주의를 위한 우리의 공유된 비전을 실현하고 싶다"라고도 했다.

미국의 인태 지역 비전이 중국 견제를 염두에 둔 점을 고려하면 이는 미국이 한미동맹을 대(對)중국 전략의 중요한 축으로 생각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는 블링컨 장관 본인이 "21세기 미국의 가장 큰 지정학적 숙제"로 규정한 중국을 견제하는 데 역내 주요 동맹인 한국의 협력을 기대한다는 의미로 읽힌다.

미, 중국 코앞서 작심비판·한미일 협력 강조…한국 고민 깊어져
이런 기류는 앞서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국방장관회담에서도 역력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한국은 우리의 역내 공통된 우선순위, 특히 그중에서도 규범을 기반으로 한 국제질서 수호에 있어 가장 중요한 파트너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와 안정을 제공하는 핵심국"이라며 "북한과 중국의 전례 없는 위협으로 한미동맹은 그 어느 때보다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역내 주요 위협인 중국에 대응할 수단으로 한미동맹을 지목한 것이다.

두 장관은 앞서 방문한 일본에서도 중국을 비판했기에 방한 기간 이런 메시지는 어느 정도 예견됐다.

국방부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예상한 바와 같이 오스틴 장관의 동북아 지역 순방 이유 중 하나가 중국의 도전에 대해 동맹국이 협력하면 좋겠다는 취지의 당부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본보다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높고, 한반도 문제에 중국이 행사하는 영향력 등을 고려해야 하는 한국 정부 입장에서는 미국의 중국 비판에 보조를 맞추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때문인지 정부는 11년 만의 미 국무·국방 장관 방한의 의미가 중국에 집중되는데 부담스러운 기색을 드러냈다.

정의용 외교장관과 서욱 국방장관이 모두발언에서 중국을 언급하지 않은 것은 물론이며 회담 후 국방부가 낸 보도자료에도 중국은 없었다.

가치에 기반을 둔 외교를 내세우는 바이든 행정부는 민주주의와 인권을 북한 문제에서도 강조했다.

블링컨 장관은 "북한의 권위주의 정권은 자국민에 대해 체계적이며 광범위한 학대를 계속 자행하고 있다"며 "우리는 북한주민과 함께 서서 이들을 억압하는 자들을 상대로 기본권과 자유를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최근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논의된 북한인권결의안에 공동제안국으로 이름을 올린 데 이어 이날 회담에서 북한을 공개적으로 비난한 것으로 현재 검토 중인 대북 정책에 북한인권이 주요 의제로 들어갈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인권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해온 만큼 미국이 앞으로 이를 적극적으로 제기할 경우 북미 간 마찰의 요인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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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