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대통령선거가 9일로 1년 앞으로 다가왔지만 여권 잠룡들은 여전히 '문심(文心)' 구애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맘때 여권의 차기 주자들이 현직 대통령을 대놓고 공격하며 당내 세력 다툼에 나섰던 것과는 확연히 다른 흐름이다.

87년 민주화 항쟁으로 현행 5년 단임제 대통령제가 탄생한 이후 임기말 대통령은 하나같이 여당에 사실상 버림받은 신세가 된 채 쓸쓸한 말년을 보냈다.

현 여당 출신인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도 마찬가지였다.

'대통령 치받기' 없는 첫 대선 1년 전…與 잠룡들은 文心 경쟁
17대 대선을 약 1년 앞둔 2007년 1월 '노무현의 황태자'로 불렸던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은 범여권 신당 추진을 공식화하며 노 전 대통령에게 등을 돌렸다.

노 전 대통령은 같은 해 4월 정 전 의장을 청와대로 불러 마지막 손길을 내밀었지만, 정 전 의장은 이를 뿌리치고 나와 "독선과 오만", "공포정치"라고 독설을 퍼부었다.

정 전 의장은 이후 김한길 전 의원 등 비노무현계와 함께 열린우리당을 탈당, 노 전 대통령과 영원히 결별했다.

'대통령 치받기' 없는 첫 대선 1년 전…與 잠룡들은 文心 경쟁
보수 진영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현직인 이명박 전 대통령과 정면 대립각을 세우는 과정을 거치며 2012년 12월 18대 대선에서 승리했다.

이 전 대통령의 '세종시 수정안'에 정면 반대하며 '여당 내 야당'을 확고히 한 박 전 대통령은 대선을 1년 앞둔 2011년 12월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에 올랐고, 이듬해 2월에는 아예 당명을 새누리당으로 바꾸며 현직 대통령의 색깔까지 지워버렸다.

정치 권력의 냉혹하고 잔인한 속성을 보여주는 '대통령과의 차별화'의 패턴은 이번 문재인 정부에서는 적용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현직 대통령의 영향력에 기대거나 몸을 사리는 '기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임기말'이라는 표현이 어색할 정도로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40% 선을 지키고 콘크리트 같다는 친문 세력도 좀처럼 흔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당 경선을 치르려면 '친문' 권리당원의 표심이 절대적인 만큼,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대표, 정세균 국무총리 등 친문 적통이 아닌 주자들로선 차별화 행보가 '자충수'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대선이 다가올수록 청와대의 원심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대권주자의 차별화는 시간문제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최근 4차 재난지원금과 가덕도 신공항, 검찰개혁 등 주요 정책 이슈에서 당이 청와대를 리드하는 모양새가 연출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민주당의 한 인사는 "대통령 임기는 이제 1년이지만, 국회의원은 3년이 남았다"며 "대선이 다가올수록 주자들과 당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치받기' 없는 첫 대선 1년 전…與 잠룡들은 文心 경쟁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