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명 같은 충북 영동군 속앓이…관광·특산물 홍보 걸림돌

영동(嶺東)지방은 강원도 태백산맥의 동쪽을 지칭하는 명칭이다.

주요 도시로는 강릉과 속초, 동해, 삼척 등이 꼽힌다.

"아빠 TV에 영동 나와요"…"저기는 강원도, 우리동네 아냐"
고려 말기의 문집에 같은 의미의 영동이라는 명칭이 나오지만, 영동지방이라는 말이 보편화된 시기는 조선 세종 이후로 보는 게 대체적인 학설이다.

세종실록 5권에는 "상왕이 말하기를…강원도 영동의 여러 곳에 소나무가 많을 것이니 배를 만들게 하여 경상도로 보내는 것이 어떠하겠는가"라는 대목이 담겨 있다.

"영동(嶺東)의 관염(官鹽)을 영서(嶺西)에 적당하게 배급해야 한다"고 건의하는 내용도 찾아볼 수 있다.

영동지방은 행정지명과 별개로 과거부터 쓰였지만. 이 명칭을 지켜보는 충북 영동(永同)군의 속내는 쓰리기만 하다.

2일 영동군에 따르면 우리나라 한복판에 자리 잡고 있는 영동군은 신라 초기 '길동'이라고 불렸다.

통일신라 경덕왕 때부터 영동으로 불렸다.

"아빠 TV에 영동 나와요"…"저기는 강원도, 우리동네 아냐"
'길 영'(永)자가 포함된 지금의 명칭이 옛 길동에서 비롯됐다는 설이 나오는 이유다.

영동에는 주곡천과 양정천이 합류하는 영동천이 있는데, '두 물줄기'(二水)라는 의미의 한자가 위, 아래로 붙어 한 글자로 만들어지면서 영동의 '영'자가 만들어졌다는 설도 있다.

영동군의 고민은 인지도 차원에서 행정지명이 강원도 영동지방에 밀린다는 데 있다.

한 공무원은 "텔레비전을 보던 아들이 일기예보에 영동이라는 용어가 나온다고 좋아했는데, 강원도 영동지방이라는 것을 얘기해 주면서 무척이나 씁쓸했다"고 말했다.

영동군은 농업의 명품화, 관광의 산업화를 추구하고 있다.

이 지역 특산물은 곶감, 포도, 와인 등인데, 설 선물로 명성을 얻은 이 지역 곶감은 지난달 18일부터 3주간 18억7천만원어치 팔리기도 했다.

"아빠 TV에 영동 나와요"…"저기는 강원도, 우리동네 아냐"
당도가 높고 향과 맛이 우수하다고 정평이 나면서 베트남과 홍콩, 호주 등지로 수출되는 등 해외 인지도도 높아졌다.

영동의 와이너리에서 만들어진 와인도 권위를 자랑하는 세계 품평회에서 매년 메달을 휩쓸고 있다.

군 관계자는 "1천살이 넘은 은행나무가 있는 천년고찰 영국사, 연간 1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는 와인터널, 난계 박연으로 유명한 국악체험촌 등이 있는데, 영동군을 강원 영동지방과 헷갈리는 분들을 볼 때면 허탈함과 아쉬움을 감출 수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