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남성 동해안 월남 사건 관련…"대규모 문책 불가피"
CCTV 4번 포착·경계병 깨어있었는데도 무대응…현장조사 마무리
동해안에서 월남한 북한 남성이 16일 새벽 해안으로 올라온 이후 해안 철책 하단의 배수로로 통과하기 전까지 해안 경계 근거리감시카메라(CCTV)에만 최소 4차례 포착된 것으로 확인됐다.

또 감시병들이 이 시간 깨어 있었는데도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21일 복수의 군 소식통에 따르면 합참 전비태세검열실은 육군 지상작전사령부와 합동으로 동북단 최전방 육군 22사단 등에 대해 진행한 현장 조사에서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군 당국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현장조사 결과와 재발 방지 대책 등을 이르면 22일, 늦어도 23일께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조사에선 군 당국이 민간인통제선(민통선) 검문소 CCTV를 통해 이 남성을 처음 인지하기 전까지 최소 4차례 이상 다른 CCTV에 모습이 확인됐던 것으로 파악됐다.

군의 과학화경계시스템 장비는 CCTV에 움직이는 물체가 포착되면 소초(소대본부) 상황실 컴퓨터에서 알람이 울리도록 설계됐다.

알람이 울리면 소초에서 바로 상부에 보고하고, 5분 대기조를 출동시켜야 한다.

그러나 군은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남성이 최초 포착된 새벽 1시 조금 넘은 시점부터 3시간 동안 최초 상륙 추정 지점에서 5㎞ 이상 떨어진 민통선 검문소 인근까지 7번 도로를 따라 아무런 제지 없이 이동할 수 있었던 이유다.

특히 당시 경계요원 등은 조사과정에서 졸거나 잠을 자지 않고 깨어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합참은 알람을 끄거나 소리를 줄여놓은 건지, 그렇지 않다면 왜 알아채지 못했는지, 인지했다면 조치를 안 한 이유 등을 집중적으로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남성이 해안 철책 하단의 배수로를 어떻게 통과할 수 있었는지도 현장조사의 주요 항목이었다.

보통 철제 그물망이나 철봉 구조물로 만든 배수로 차단막은 바닷물에 오래 노출되면 부식돼 성인 힘으로 충분히 훼손할 수 있다는 게 군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군은 작년 7월 인천 강화도에서 20대 탈북민이 배수로로 월북한 사건 이후 모든 해안과 강안 철책의 배수로를 점검해 보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때 제대로 보강이 이뤄졌다면 문제가 없었을 텐데 당시 이 부대는 북한 남성이 통과한 문제의 배수로를 제대로 살펴보지 않은 채 '점검을 완료했다'고 상급 부대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합참은 문제의 배수로 차단막 시설에 대한 주기적 점검 여부와 해당부대의 허위보고 여부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조사에서는 이 남성을 새벽 4시 20분께 처음 포착한 이후 이뤄진 일련의 대응 조치가 적절했는지에 대한 점검도 이뤄졌다.

일각에서는 군이 오전 6시 35분 대침투 경계령을 최고 수준인 '진돗개 하나'로 발령했다가 상황이 끝난 뒤인 오전 7시 29분 해제한 것으로 미뤄볼 때 기동타격대의 현장 도착 시점이 최초 포착 시점보다 한참 늦었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또 검문소 CCTV에서 포착된 이후 경계태세를 격상하고 신속대응 병력까지 출동했는데도 신병 확보에 3시간이나 걸린 것은 문제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군 관계자는 이와 관련, "새벽 4시 20분 이후 대응은 영상 분석과 초동 조치 등을 두루 살펴보고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민통선 이북에서 작전을 종결한 부분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장조사가 마무리되면서 조만간 징계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서욱 국방부 장관이 최근 국회에서 이번 사건의 '경계실패'를 인정하고 사과한 만큼 신속하고 단호한 조처가 예상된다.

군 소식통은 "감시장비에 분명히 포착된 이후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점과 보강하겠다고 밝힌 경계 시설이 쉽게 훼손된 건 변명의 여지가 없는 부분"이라며 "조사 결과에 따라 지시 불이행, 지휘 감독 소홀 등으로 지휘관들에 대한 대규모 문책이 불가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CCTV 4번 포착·경계병 깨어있었는데도 무대응…현장조사 마무리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