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장관 후보자를 찾는 과정에서 뜻밖의 변수가 적지 않았다.”

지난 20일 외교부·문화체육관광부·중소벤처기업부 등 3개 부처 개각 발표 후 청와대 고위 인사는 “인사 발표 직전까지 여성 장관 후보를 찾았는데 쉽지 않았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연초 개각으로 18명의 장관 중 5명(유은혜 강경화 추미애 박영선 정영애)이던 여성 장관(후보자 포함)은 3명(유은혜 한정애 정영애)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내각의 여성 장관 비중도 28%에서 17%로 떨어지게 된다. ‘여성 장관 비중 30%’를 약속한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청와대는 개각 막판까지 여성 장관 후보자를 찾아 백방으로 수소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재인 대통령도 끝까지 여성 후보자를 찾아보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특히 여성의 ‘소프트 리더십’이 강점이 될 수 있는 문체부를 두고는 전직 언론인, 문화·체육인 등 다수의 후보자 풀을 놓고 검증에 들어갔다. 그런데 여성 후보자를 찾는 과정에서 뜻밖의 변수가 적지 않아 난항을 겪었다고 한다. 청와대 한 인사는 “검증을 통과한 여성 후보자는 승낙했는데 남편이 완강히 거부해 백지화된 일도 있었다”고 전했다. 복수의 전직 언론인 여성 후보 가운데 인사검증을 통과한 대상자가 최종 고사한 사례가 이에 해당한다.

문화·체육계 후보자 중엔 뜻밖의 ‘음주운전’ 사실이 드러나는 사례도 있어 인사검증팀조차 당혹스러워했다는 후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병역기피·세금탈루·위장전입·불법재산증식·연구부정·성범죄 등과 함께 음주운전을 장관 후보자 원천배제 7대 기준으로 삼고 있다. 음주는 ‘10년 내 2회 이상 또는 1회라도 신분을 속인 경우’로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장관 후보자로 유력하게 검토됐던 문화·체육계 여성 가운데 이에 해당하는 인사가 나와 검증 단계에서 탈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력한 여성 후보자들이 예상치 못한 복병으로 낙마하자 청와대는 추가로 여성 후보자 추천을 받아 인사검증을 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았다고 한다. 청와대 한 인사는 “고위 여성 인재 풀이 제한적이란 현실은 알았지만 여성 후보자를 찾는 게 이렇게 힘들 줄 몰랐다”고 토로했다.

결과적으로 여성 장관 비중이 크게 낮아진 이번 개각을 두고 청와대도 부담스러워하는 모습이다. 벌써부터 ‘차기 개각에서는 의무적으로 여성 장관 비중을 늘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청와대 안팎에서 나올 정도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대선 출마를 선언할 경우 오는 3월께 추가 개각이 예상된다. 산업통상자원부, 해양수산부, 농림축산식품부 등도 개각 대상 부처로 꼽힌다. 하지만 이들 부처의 여성 인재 풀은 다른 기관보다 더 협소한 게 현실이다. 앞으로도 여성 장관 30% 목표를 채우기가 쉽지 않은 이유다. 정치권 일각에서 상징성이 큰 여성 총리 발탁을 통해 여성 비중 문제를 해소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은 이런 속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