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와 다른 안정적 한미관계 기대…미중 갈등 딜레마는 여전
바이든, 한미일 공조 중시…한일관계 개선 압박 커질 듯
[2021전망] 한국 외교, 바이든 시대 도래로 돌파구 찾나
새해 한국이 맞이할 가장 큰 외교적 환경 변화는 미국에서 조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이다.

미국의 정권 교체는 한반도 문제를 비롯한 외교·안보는 물론 무역, 경제 등 다방면으로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늘 한국 외교에 기회이자 도전이었다.

그간 바이든 당선인이 전통적인 동맹관계 회복 의지를 밝혀온 점을 고려하면 이번 정권 교체는 한국에 기회가 될 여지가 있다.

외교가에서는 동맹을 거래 상대로 여기며 예측 불가능한 스타일로 외교 당국을 곤혹스럽게 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때와 다른 상호 호혜적이며 안정적인 한미관계를 기대한다.

오랫동안 이견을 좁히지 못해 양국 관계에 부담으로 작용한 과제들도 바이든과는 원만하게 해결될 가능성이 상당하다.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협상이 대표적이다.

방위비 협상은 트럼프 대통령이 과도한 인상을 고집하며 한미 실무급이 도출한 잠정 합의안을 거부한 이래 교착 상태다.

바이든 당선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인상 압박을 '갈취'로 규정하고 한미동맹을 강화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취임 후 방위비 협상이 양국 모두 수용 가능한 선에서 신속히 타결될 여지가 충분하다.

바이든 당선인이 최우선 과제라고 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기후변화 대응에 한국과 협력을 원한다는 점도 한미관계를 더 공고히 만드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는 이들 과제 해결을 위해 미국과 협력하겠다는 의사를 여러 차례 분명히 했다.

이 같은 협력관계가 발전하고 한미 간에 신뢰가 쌓이면 바이든 행정부가 한반도 문제 등 한국의 관심 의제에 더 귀를 기울이는 여건이 조성될 수 있다.

[2021전망] 한국 외교, 바이든 시대 도래로 돌파구 찾나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선다고 외교 당국의 모든 고민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갈수록 심화하는 미국과 중국의 경쟁 구도 속에서 양국과 우호 관계를 유지하면서 갈등에 휘말리지 않도록 적당한 거리를 두는 문제는 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다수 전문가는 미중 갈등이 계속되는 것은 물론이며 바이든이 인권 등 가치 분야에서 트럼프보다 강경하게 대응하면서 과거 냉전처럼 이념에 따른 진영 대결이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는 지난 23일 발간한 '2021 국제정세전망'에서 "미중 양국을 필두로 자유주의 대 반자유주의 간 '가치의 진영화'가 심화할 것이며 한국과 같은 국가들은 트럼프 시기보다 더 심각한 딜레마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바이든은 미국과 민주주의 이념 등을 공유하는 국가들과 '가치에 기반한 동맹'을 만들어 중국을 압박하는 접근을 선호할 것으로 예상돼 한국의 '줄타기 외교'가 한계에 직면할 수도 있다.

일례로 바이든은 내년 '민주주의를 위한 정상회의'를 개최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 정상회의는 중국과 러시아 등 반(反)민주주의 국가를 견제하기 위한 구상이라는 시각이 상당하다.

정부는 민주주의 국가로서 참여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서는 정상회의가 반중 연합으로 발전하면 중국을 자극할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일관계도 바이든 시대에 새로운 국면을 맞을 수 있다.

바이든 당선인과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 내정자는 오바마 시절 각각 부통령과 국무부 부장관으로 한미일 공조 강화에 공을 들였으며 이번에도 그럴 것이라는 게 외교가의 지배적인 관측이다.

한일 간 협력 없이는 한미일 공조가 쉽지 않은 만큼 강제징용 배상 판결 문제 봉합 등을 통해 한일관계를 정상화하라는 미국의 압박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압박이 한국과 일본 중 누구에게 유리하게 작용할지는 예단하기 힘들다.

오바마 행정부는 한일 과거사 갈등을 중재하려고 했고,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를 적극적으로 독려했다.

바이든은 이 과정에서 한국의 아픈 과거에 공감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바이든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당시 일본 총리의 2013년 12월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한 국무부의 비판 성명에 '실망'이라는 표현을 넣는 것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같은 중재 노력의 결과물인 한일 위안부 합의가 문재인 정부에서 사실상 무효가 되고 일본이 과거사 반성 기미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바이든이 오바마 때와 같은 관점에서 한일관계를 들여다볼지는 미지수다.

[2021전망] 한국 외교, 바이든 시대 도래로 돌파구 찾나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