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안보전략연구원 주최 회의서 임동원·페리 등 강조
한미 대북협상 주역들 "정확한 북한 정보가 중요" 한목소리
과거 북한과 협상한 경험이 있는 한국과 미국의 전직 당국자들은 정확한 대북정보와 이를 분석하는 능력이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서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미국 클린턴 행정부 시절 '페리 프로세스'를 입안한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과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의 주역인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 등은 2일 열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국제 콘퍼런스 화상회의에서 대북정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임 전 장관은 2000년 5월 김대중 전 대통령의 특사로 평양에 방문한 경험을 소개하며 당시 국내에서 수집된 정보가 실제와 얼마나 달랐는지에 대해 밝혔다.

그는 당시 "(국내에서 보고된) 김정일 관련 정보는 '언행이 럭비공 같아 어디로 튈지 모른다', '언어장애가 있어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등 대부분이 부정적이었다"고 말했다.

이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정확한 입장을 확인하고자 특사로 평양을 방문했을 당시 5시간 동안 김 위원장과 포도주를 마시며 대화를 나눴다고 전했다.

그 결과, 통일방식·북한이 원하는 대미관계·주한미군 주둔 등 주요 사안에 대한 김정일 위원장의 입장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임 전 장관은 "상대방의 의도를 알고 협상 상대방의 성격을 정확하게 아는 것이 남북회담을 성공시킨 요소"라며 "정상회담을 통해 정확한 정보의 중요성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미국 인사들은 부정확한 대북 정보로 어려움을 겪었던 경험을 공유했다.

페리 전 장관은 '미국 정보기관이 정책 입안자들에게 유익한 정보를 제공했느냐'는 질문에 "핵에 대한 평가와 정보의 중요성에 동의한다"면서 "제가 북한 문제를 다룰 때는 북한 정보가 모호했고 틀린 적도 많았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그는 1999년 내놓은 '페리 프로세스' 보고서에서 "우리가 보고 싶은 대로 북한을 보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북한을 보는 것으로 시작해야 한다"며 객관적인 북한 정보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과거 북한 정보를 다룬 경험이 있는 로버트 칼린 전 국무부 정보조사국 동북아국 국장은 "미국은 정보 취합 능력은 굉장히 좋지만 정보 분석이 문제"라며 "북한에서 들어오는 새로운 정보들을 잘 듣고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