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스1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스1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사진)이 3일 청와대에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은 홍남기 부총리의 사의를 반려했다.

홍 부총리는 그동안 '대주주 3억' '재정준칙 도입' 등의 문제로 여권 인사들과 자주 충돌해왔다. 때문에 여권 일각에서는 홍남기 부총리의 사의 표명이 사실상 항명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홍남기 부총리가 사의를 표명하고 문 대통령이 바로 반려하자)시중에는 '짜고치는 고스톱'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고 지적했다. 홍남기 부총리는 "굉장히 모욕적인 발언"이라며 반발했다.

이날 홍남기 부총리는 문재인 대통령이 본인의 사의를 반려했다는 보도에 대해 "지금 알았다"고 답했다. 대통령이 사의를 반려했음에도 물러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을 것이냐는 질문에는 "후임자가 올 때까지는 직을 수행할 것"이라고 했다.

홍남기 부총리는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출석해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요건에 대해 여당 안인 '10억원 유지'로 결정됐다고 답변한 뒤 "2개월간 계속 갑론을박이 전개된 데 대해 누군가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싶어 제가 현행대로 가는 것에 대해 책임을 지고 오늘 사의 표명과 함께 사직서를 제출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사의는 표명했지만 내일부터 열리는 국회 예산안 심의에는 열정을 갖고 임할 것이다. (예산안이) 처리될 때까지 최선을 다해 예산안 심의에 응하겠다"고 덧붙였다.

홍남기 부총리는 이날 오전 국무회의가 끝난 뒤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홍남기 부총리 사의 표명 보도가 나오자 출입기자단에 문자메시지를 보내 "대통령은 바로 반려 후 재신임했다"고 전했다.

출입기자단에 공지하기 전 따로 홍 부총리에게 이런 사실을 알리진 않은 것으로 보인다.

홍남기 부총리의 사의 표명에 대해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통령 결정이 나오기 전에 굳이 상임위 예산 심의하는 자리에서 본인 거취 관련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며 "무책임한 처사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동민 의원은 "내일 아침 '홍남기 사직'이 언론 헤드라인에 모두 올라올 것"이라며 "대통령 참모가 아니라 정치인의 행동으로 보인다. 형식 자체도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이에 홍남기 부총리는 "정치적인 행동이 전혀 아니다. 저에게는 정치라는 단어가 접목될 수 없다"면서 "대주주 요건 유지와 관련 앞으로 많은 질문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무 일 없었던 듯이 그냥 가는 것은 공직자의 도리가 아니고, 누군가는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민주당 소속 윤후덕 국회 기재위원장도 "의원이 (사의 표명에 대한) 질문도 하지 않았는데 스스로 답변(사의 표명)해 의원들이 준비한 질의를 상당히 위축시켰다"고 질타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홍남기 부총리는 지난 2018년 주식 양도세 과세대상인 대주주의 주식보유액 기준을 내년부터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했다. 올 연말 기준 대주주는 내년 4월 이후 해당 종목을 판다면 수익의 22~23%를 양도세 등으로 내야 한다.

여론이 악화되자 기재부는 기준을 3억원으로 강화하되 가족합산 규정을 인별 합산으로 바꾸겠다는 절충안을 냈지만 당정청은 지난 1일 고위 당정청 협의를 갖고 대주주 요건을 현행대로 10억원을 유지하기로 결론 내렸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