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의 주미대사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이수혁 주미대사가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의 질의를 듣고 있다. 이날 주미대사 국정감사는 화상회의 방식으로 진행 됐다. 사진=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의 주미대사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이수혁 주미대사가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의 질의를 듣고 있다. 이날 주미대사 국정감사는 화상회의 방식으로 진행 됐다. 사진=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또 미국 국무부가 나섰다. 지난달 이인영 통일부 장관의 돌발 발언을 두고 사태 수습에 나섰던 미 국무부가 이번엔 이수혁 주미대사의 한미동맹 관련 논란이 된 발언을 수습했다.

미 국무부는 "70년 전에 미국을 선택했기 때문에 앞으로도 70년간 미국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이수혁 대사의 전날(12일) 발언에 대해 13일 "한미는 동맹이자 친구로서 지속적으로 함께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美 국무부 "한미동맹이 이룩한 모든 것이 매우 자랑스럽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미 국무부가 이수혁 대사 발언에 대한 논평 요청에 "70년 역사의 한미동맹 그리고 역내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한미동맹이 이룩한 모든 것이 매우 자랑스럽다"는 답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미 국무부는 이어 "양국은 동맹이자 친구"라며 "공유하는 가치에 기반해 한미동맹이 국제사회 질서를 훼손하려는 자들을 비롯한 새로운 도전들에 맞설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지속해서 함께 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한 원론적 입장으로 보이지만 '앞으로 미국이 아닌 다른 선택이 있을 수도 있다'는 뜻으로 여겨질 수 있는 이수혁 대사의 발언에 불편한 기색을 내비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수혁 대사는 앞선 12일 화상으로 진행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주미대사관 국정감사에서 "앞으로도 미국을 사랑할 수 있어야, 우리 국익이 돼야 미국을 선택하는 것"이라며 "사랑하지도 않는데 70년 전에 동맹을 맺었다고 해서 그것을 지켜야 한다는 것은 미국에 대한 모욕"이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논란이 지속되자 이수혁 대사는 입장문을 통해 "한미 양국 국익에 부합하기에 앞으로도 강력히 지속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취지"라고 해명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13일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정세균 총리의 모두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뉴스1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13일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정세균 총리의 모두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뉴스1

한 달 전 이인영 발언에도 입장 냈던 美 국무부

국무부는 앞서 지난달에도 이인영 통일부 장관의 발언 관련 입장을 냈다. 이인영 장관은 지난달 2일 진보 성향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의 이홍정 총무와 만나 "한미관계가 어느 시점에선 군사 동맹과 냉전 동맹을 탈피해 평화 동맹으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미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VOA)를 통해 이인영 장관의 한미동맹 발언을 언급하며 "우리의 동맹과 우정은 안보 협력을 넘어선다"며 "경제, 에너지, 과학, 보건, 사이버안보, 여권 신장을 비롯해 지역과 국제적 사안 전반에 걸친 협력을 포함한다"고 했다.

이인영 장관의 발언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에는 "우리의 상호방위조약은 동맹의 토대로 남아 있지만 우리가 공유하는 자유, 민주주의, 인권, 법치주의 가치는 확고한 유대관계를 더욱 강화해 왔다"며 "한미동맹은 인도·태평양 전략 지역의 안보와 안정, 번영의 핵심축"이라고 했다.

이 같은 미 국무부의 대응을 두고 동맹국 당국자 발언에 반박성 논평을 내놓는 건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었다.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