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의 한 세무서 근로장려금 접수창구가 지난 5월 신청자들로 북적이고 있다. 한경DB
서울 시내의 한 세무서 근로장려금 접수창구가 지난 5월 신청자들로 북적이고 있다. 한경DB
하반기 채용에 성공한 청년들이 연소득 2000만원 미만 지급이라는 근로장려금의 요건을 악용해 저소득 근로자들을 위해 지급되는 혜택을 받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6일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를 통해 파악하고 국세청에 확인한 결과, 저소득 근로자를 위한 근로장려금을 공공기관·국내 최대 회계법인·금융기관·대기업 등의 다양한 직군의 사람들도 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는 취약근로자 보호 강화를 위해 지난 2018년 7월, 근로장려금 제도를 확대 개편했다. 당시 30세 미만 연령에게 지급하지 않는다는 연령 제한이 폐지됐으며, 연 소득금액도 14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상향했다. 대신 최대 지급액은 85만원에서 150만원으로 확대하는 등 지원 책을 늘린 것이다. 이로 인해 2017년까지 1조3381억원이었던 근로장려금 지급 현황이 2018년 4조5049억원까지 급격하게 불어났다.

조건 완화와 혜택 인상도 근로장려금이 급증한데 영향을 끼쳤지만, 제도의 허점을 악용한 사례도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30대 미만까지 대상을 확대하면서, 안정된 직장에 취업한 청년까지 근로장려금을 지급 받은 것이다. 하반기에 신규 채용 될 경우 몇 달치 월급만 받기 때문에 당해 소득이 2000만원 미만 대상자 불어난 것이다. 제도 도입의 취지와 맞지 않는 누수가 생긴 것으로 분석된다.

또, 근로장려금을 1회라도 받게 되면, 시중은행이 근로장려금 수급자를 대상으로 제공하는 고이율의 적금 상품에도 가입할 수 있어 세테크 수단으로 활용되기까지 해 논란이 되고 있다.

국세청은 근로장려금 수급자 중 공기업이나 대기업에 다니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현황 파악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근로장려세제(EITC)는 소득양극화를 해소하는 좋은 복지제도인데 허점이 발견됐다"며 "효과적으로 '일하는 복지'를 실현할 수 있도록 기획재정부가 제도를 꼼꼼하게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