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상습체납으로 명단이 공개된 체납자들 대부분이 체납 세금을 납부하지 않고도 소멸시효 규정에 의해 명단에서 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5일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서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4년간 명단에서 제외된 1만4310명 중 85.5%인 1만2230명이 소멸시효가 완료돼 체납 세금을 내지 않고도 명단에서 삭제된 것으로 파악됐다.

국세청은 국세기본법에 따라 체납발생일부터 1년이 지난 국세가 2억 원 이상인 고액상습체납자의 성명(상호), 주소, 체납액 등을 국세청 홈페이지 또는 관할 세무서 게시판에 공개하는 ‘고액상습체납자 명단공개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현행법상 세금을 납부하지 않아도 5년~10년(5억원 이상)의 소멸시효가 완성되거나 체납액의 30%이상 납부 또는 공개대상기준인 2억 원 이하로만 체납액을 만들면 명단공개에서 제외될 수 있어 대부분의 고액 체납자들이 이를 악용해 재산은 은닉한 채 체납세금 납부를 고의적으로 회피하고 있다. 2억 원에 미달할 만큼만 체납액을 납부한 경우도 878명으로, 이들 모두 명단에서 삭제됐다.

지난해 기준 고액상습체납자 명단공개 누계 체납자는 5만6085명, 체납액은 51조1000억원에 달하나 징수실적은 약 3.1%(1조6000억원)에 불과했다. 특히 강남3구(강남구·송파구·서초구)에 거주하는 명단공개자가 4914명으로 체납액은 서울시 전체 체납액 16조원의 40%에 해당하는 6조7000억에 달한다.

김 의원은 "명단공개 삭제 사유 중 소멸시효 완성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는 체납자들에게 5년만 버티면 수백~수천억 체납도 탕감받을 수 있다는 꼼수로 활용되고 있다"라며 "이들에 대한 추적조사 강화 및 현 제재 수단보다 강력한 처벌규정 등 실효성 있는 방법을 강구해 부자들의 온갖 불공정 편법과 꼼수에 엄정하게 대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