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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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은 모든 국가 질서의 기본을 이루는 규범이며 최상위 법이다. 일반 법률에 비해 정치적 성격이 강하고 그렇다 보니 추상적 표현이 많은 것도 사실이지만 법 체계상 가장 상위 법이라는 사실은 결코 달라지지 않는다. 헌법재판소가 있는 것이나 법률이 헌법에 위배되는 지 여부를 심사하는 위헌법률 심사제도가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최근들어 헌법을 무시하거나 때로는 노골적으로 거스르는 사례가 너무도 빈발하고 있다는 지적이 법조계 안팎에서 나온다. 위헌적 법률이 툭하면 발의되는 것은 물론 국회를 통과하기도 하고 법률 뿐 아니라 정부의 각종 행정행위 중에서도 노골적으로 헌법에 반하거나 위헌적 요소가 다분한 것들이 한 둘이 아니다.

당장 개천절 집회를 불법집회로 규정하고 원천 봉쇄하겠다고 나선 정부가 집회 참가 예상자들을 대상으로 쏟아낸 험한 말들을 보면 섬뜩한 기분을 감추기 어렵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주 개천절 집회가 ‘반(反)사회적 범죄’라며 “어떤 관용도 없을 것”이라고 경고한 데 이어, 정세균 국무총리는 “불법 집회 참가자는 현장에서 즉시 검거하고 운전면허 정지 등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방역에 거슬리는 행위는 거의 모두 반사회적 범죄로 규정하고 있다. 보통 반사회적 범죄라고 하면 엽기적인 살인이나 방화, 사회 윤리와 도덕을 무너뜨리는 파렴치한 범죄 등을 떠올린다. 그런데 정부를 성토하는 집회를 '반사회적 범죄'로 규정한 것은 아무리 코로나 방역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해도 지나치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대통령의 거친 발언은 집회 참가자를 현장에서 즉시 검거하겠다는 총리의 발언으로 이어졌다. 물론 감염병예방법에 근거해 지방자치단체장은 시위나 집회를 금지시킬 수 있다. 총리의 현장 검거 발언은 바로 감염병 예방차원에서 금지한 집회를 강행하는 것은 위법이므로 이를 금지하겠다는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하지만 무슨 강도나 살인 범죄자도 아닌 집회 참가자를 현장 검거하겠다는 것이 합당한 지는 또 다른 문제다.

감염병예방법은 전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금지한 집회 참가자에 대한 벌칙으로 300만원 이하의 벌금을 정하고 있다. 이 정도 위법행위에 현장 검거를 지시한 것은 지나치게 과하다는 게 법조계 일각의 견해다. 헌법(37조2항)상 과잉금지의 원칙 위배 논의가 나오는 이유다.

감염병예방법은 올해들어서도 몇차례 개정됐고 현재도 개정안이 상당 수 발의돼 있다. 대부분이 방역 강화 차원이라고 하지만 또 다른 편에서는 기본권에 대한 과다 침해 소지가 큰 내용들이 담겨 있다. 전염병 확산 방지와 기본권 제한 간에 적절한 균형을 취해야 하는데 너무 방역에만 치중하다 보니 국민의 신체의 자유, 표현의 자유, 집회 결사의 자유와 같은 헌법상 기본권을 지나치게 제한하고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사후에 위헌법률 심사가 청구될 경우 문제가 될 조항이 다수 포함돼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위헌 논의가 활발한 또 다른 분야는 부동산 관련 법령이다. 정부는 부동산 값을 잡겠다며 수 많은 규제와 세금을 올리는 법안을 쏟아냈지만 정작 집값과 전세값은 하늘을 뚫을 듯 계속 올라만 가고 있다. 정작 중요한 것은 정부가 쏟아낸 갖은 부동산 규제법 중에는 헌법상 국민의 기본권 중 하나인 재산권에 대한 과도한 침해를 포함한 것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임대차3법만 해도 그렇다. 집주인의 재산권 행사를 지나치게 제한하고 있다며 일부 시민단체와 야당에서는 헌법소원을 제기했거나 제기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임대차 계약기간이 끝나면 5% 이내로 임대료를 올릴 수 있지만 이것 역시 세입자의 동의를 얻지 못하면 불가능하다는 국토부의 해석은 재산권 행사를 사실상 막아버린 것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상법 공정거래법 개정안 역시 위헌 논란의 한 가운데 있다. 재산권과 기업활동에 대한 과다한 침해는 물론 공정거래법 등 50여개 법률에서 사용하고 있는 '특수관계인'에 대한 온갖 규제는 헌법상 명확성의 원칙을 침해(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하고 있다는 게 관련 전문가들의 견해다.

헌법 정신 내지는 조문이 무시되고 있는 분야는 이 뿐이 아니다.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도 그런 대표적 사례다. 공수처는 판·검사를 포함한 고위공직자의 범죄에 대한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갖는다. 그런데 이렇게 입법 사법 행정 중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특별한 국가기관에 대한 설립 근거는 헌법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집권당이 악용할 경우 헌법상 삼권분립 원칙을 훼손할 가능성이 높아 위헌 가능성이 매우 크다. 야당이 헌법소원을 제기한 것도 그래서다. 이밖에 북한의 강력한 항의로 정부가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하는 것 역시 표현의 자유를 정한 헌법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끝없는 위헌 논란이 현 정부들어 특히 더 잦아진 것은 현 집권 세력의 정치 이념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여권은 지난 2018년 개헌을 추진하면서 헌법 전문에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표현을 삭제할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이들의 정치적 지향점이 자유민주주의가 아니라는 방증이다. 숱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들어 위헌적 법률이 쏟아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자유민주주의가 마치 공기처럼 느껴지는 이들에게는 참으로 황당하면서 두렵기까지 한 상황이다. 물론 합법적 과정을 통해 개헌이 이뤄지고 그 결과 대한민국이 '자유'가 빠진 민주주의 국가가 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이 모든 위헌 논란은 종식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대한민국은 어엿한 자유민주주의 국가며 우리 모두는 그런 헌법을 지킬 의무가 있고 그런 헌법에 따라 살아갈 권리도 있다. 헌법의 위기이자 자유민주주의의 위기다.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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