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유의 솔직함 반영되는 듯…수령 무오류 부정하며 치부 공개 주저하지 않아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남측 실종 민간인 사살 사건 보도 이후 하루 만에 전격 사과하며 특유의 '쿨'한 통치 스타일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

노동당 통일전선부는 25일 전통문을 통해 "김정은 동지는 가뜩이나 악성 비루스 위협으로 신고하고 있는 남녘 동포들에게 도움은커녕 우리측 수역에서 뜻밖의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여 문재인 대통령과 남녘 동포들에게 커다란 실망감을 더해준 데 대해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뜻을 전하라고 하셨다'고 밝혔다.

대남부서인 당 통일전선부 명의이지만 '김정은'의 이름을 못 박음으로써 사실상 북한 최고지도자의 공식 사과로, 예상을 뛰어넘는 파격이라고 할 수 있다.

선대와는 다른 '김정은 스타일'…잘못 인정하고 사과도 빨라
선대 김일성·김정일의 경우 남측에 대한 도발이나 대형 사고에 대해 비공식으로 유감을 표명하면서도 공식적인 사과에 인색하고 회피해 왔던 것과 대조적이다.

실제 김 위원장은 집권 이후 선대와 달리 수령의 '무오류'성에 선을 긋고 대내외적으로 과감하게 사과 입장을 표명해왔고 내부의 치부를 드러내는 데 크게 주저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

김정은 위원장의 현실을 직시하고 좌고우면하지 않으며 '인정할 건 인정하자'는 나름 솔직하고 쿨한 성격이 통치 스타일에서도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표적으로 중국인 관광객이 2018년 4월 황해북도 관광 중 교통사고로 사망하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등에게 위로 전문을 보내 "비통한 일"이라며 "중국 동지들에게 그 어떤 말과 위로나 보상으로도 가실 수 없는 아픔을 준 데 대하여 깊이 속죄합니다"라고 사과했다.

중국이 아무리 우방이라고 해도 '속죄'라는 단어가 최고지도자의 입에서 나왔다는 사실 자체가 굉장히 수위가 높다고 할 수 있다.

2014년 평양 도심에서 아파트 붕괴로 대형 인명 사고가 발생하자 시공 책임자인 최부일 당시 인민보안상이 주민들 앞에 직접 나서 사과하고 이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전격 공개한 것도 김 위원장의 지시가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선대와는 다른 '김정은 스타일'…잘못 인정하고 사과도 빨라
심지어 최고지도자에 대한 신격화를 금지하는 등 선대의 잘못된 정책을 수정하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제2차 전국 당 초급선전일꾼대회에 보낸 서한에서 "만일 (수령의) 위대성을 부각시킨다고 하면서 수령의 혁명 활동과 풍모를 신비화하면 진실을 가리게 된다"며 신격화를 사실상 금지했다.

주민들을 대상으로 '먹히는 선전'을 하겠다는 의도도 있겠지만, 김정은 위원장 개인의 솔직한 스타일을 보여준다고도 할 수 있다.

김 위원장은 현지시찰 중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 야심 차게 추진했던 금강산 관광 정책을 '대남의존정책'이라고 깎아내리면서 매우 잘못됐다고 비판하는가 하면, 김정일 시절 모델로 내세웠던 협동농장을 낙후하다며 오늘의 모델로 될 수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특히 현지시찰이나 노동당 회의에서 논의된 내부의 문제점이나 국정의 어려움을 숨기지 않았고 이를 공개토록 했다.

지난달 열린 당 중앙군사위원회 회의에서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자연재해 등으로 경제계획 목표 달성이 어려워졌다며 전면 재검토를 선언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의 이런 통치 스타일은 북한도 시장화가 진행되며 변화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시대의 흐름에 부합하려는 움직임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