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정치적 해결' 타진 속 실무진 '배임죄' 의견 완강
국정원, 인혁당 피해자에 "과다 배상금 환수" 뜻 전달
국가정보원이 인민혁명당(인혁당) 재건위원회 사건 피해자 측에게 국가배상금 과다 지급분 환수가 불가피하다는 뜻을 직접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지원 국정원장은 사건의 역사적 맥락을 고려해 정치적 해결 의지를 접지 않았지만, 배임죄에 걸릴 수 있다는 국정원 실무진의 의견이 완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23일 국회 정보위 등에 따르면 국정원은 지난주 인혁당 피해자 측에 "대법원판결에 따라 손해배상금 과다 지급분을 환수할 수밖에 없으며,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배임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국정원 실무진은 피해자 측이 낸 소송에서 배상금 이자 환수 일부 포기를 권고한 재판부 조정 결정을 수용할 경우 박 원장이 국가에 금전적으로 해를 끼치는 셈이 돼 배임죄로 기소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에 피해자 측은 국민이 국가에 위임한 사무에는 헌법상 기본권 수호가 포함되며, 국정원 실무진의 논리대로라면 조정을 결정한 재판부가 배임을 교사한 것이 된다고 반박해왔다.

이 사건은 재심에서 누명을 벗고 국가배상금 가지급금을 수령한 인혁당 재건위 사건 피해자들에게 국정원이 배상금 일부를 돌려달라고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대법원이 1·2심과 달리 배상금을 크게 감액하면서 피해자들이 이미 수령한 배상금 일부가 민법상 부당이득이 돼 버린 데 따른 조치였다.

그러나 오랫동안 이어진 경제적 불이익과 차별로 생활고를 겪는 상당수 피해자는 국가가 법원 판결을 이유로 과거사 피해 구제책임을 외면하고 있다며 환수 포기를 호소해왔다.

다만 정치적 해결 여지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국정원은 재판부 조정 권고에 대한 수용 여부를 결론짓지 않고 일단 재판기일 변경을 신청했다.

재판이 11월로 미뤄지면서 피해자 입장에선 시간을 번 셈이 됐다.

더불어민주당 정보위원인 김경협 의원은 국가권력 피해자에 대해선 국가채권을 조정하거나 감면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국가채권법 개정안을 발의하는 등 국정원의 배임 우려를 해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