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6일 오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를 나서고 있다. 청사 앞에 추미애 장관을 응원하는 꽃바구니가 놓여 있다. 사진=뉴스1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6일 오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를 나서고 있다. 청사 앞에 추미애 장관을 응원하는 꽃바구니가 놓여 있다. 사진=뉴스1
더불어민주당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감싸려다 안중근 의사를 언급해 역풍을 맞고 있다. 박성준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16일 서면 브리핑에서 "추미애 장관 아들은 안중근 의사의 말을 몸소 실천했다"고 주장했다.

박성준 원내대변인은 "추미애 장관 아들과 함께 카투사에 복무했던 동료도 '(추 장관 아들)서씨에게 어떠한 특혜도 없었고 오히려 모범적인 군 생활을 했다'고 증명했다"며 "추 장관의 아들은 '나라를 위해 몸을 바치는 것이 군인의 본분(위국헌신 군인본분, 爲國獻身 軍人本分)'이라는 안중근 의사의 말을 몸소 실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야당은 '가짜뉴스'로 국방의 의무를 다한 군 장병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했다.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김은혜 국민의힘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반칙과 특권에 왜 난데없는 안중근 의사를 끌어들이냐"며 "민주당은 대한민국 독립의 역사를 오염시키지 말라. 장관 아들 한 사람 구하려다 집권 여당이 이성을 잃고 있다"고 비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페이스북을 통해 "순국선열들께서 통탄하실 일"이라며 "막나가도 너무 막나가는 것 아니냐. 순흥안씨(안중근 의사의 가문)의 한 사람으로서 분명하게 말씀드린다. 망언을 당장 거두어들이고, 안중근 의사를 욕되게 한 것에 대해 사죄하라"고 말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서ㅇㅇ 의사(추 장관의 아들)에 대한 국가서훈을 추진하자"고 비꼬았다.

진중권 전 교수는 "그 아픈 무릎을 가지고 범인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초인적 인내와 노력으로 실밥을 뽑고 귀환하셨다"며 "위국헌신을 하셨으니 안 의사처럼 '대한민국장'으로 기리거나, 군인 본분을 다 하셨으니 최소 '화랑무공훈장'을 드리거나"라고 했다.

이어 "사병들 인권향상에도 혁혁한 공을 세웠으니 인권상도 드려야죠"라며 "옛날엔 탈영하면 영창갔는데 이젠 보훈처 간다"고 비꼬았다.

비판이 거세지자 민주당은 관련 부분을 삭제한 뒤 수정 논평을 냈다. 그래도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자 박성준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오늘 대변인 논평에서 적절하지 않은 인용으로 물의를 일으켜 깊이 유감을 표한다. 앞으로 좀 더 신중한 모습으로 논평하겠다"고 했다.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 사진=연합뉴스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 사진=연합뉴스
최근 민주당 인사들은 추미애 장관 자녀 의혹을 무리하게 방어하다 연일 논란에 휘말리고 있다.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추미애 아들이 근무한) 카투사 자체가 편한 군대"라며 "추미애 아들 논란은 의미가 없다"고 발언해 논란이 됐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한 방송에서 보좌관이 추 장관 아들 휴가 문의 전화를 한 것에 대해 "우리가 식당 가서 '김치찌개 시킨 것 빨리 좀 주세요'하면 이게 청탁이냐"고 말했다.

설훈 민주당 의원은 "추미애 아들은 (몸이 아파) 안 가도 되는 군대를 갔다. 오히려 칭찬해줘야 한다"고 발언했다.

김남국 민주당 의원은 "국민의힘에 군대를 안 다녀오신 분들이 많아서 추미애 장관을 향해 무리한 공세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실제로는 민주당에 군대를 안 다녀온 의원이 더 많은 것으로 밝혀져 체면을 구겼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