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동네는 공짜, 우리는 돈 내야" 독감 무료접종 제각각
전남도 "280억원 추가 예산 필요, 무료접종 일괄 확대 어려워"
겨울철 독감 확산방지를 위한 예방접종이 시작됐지만, 무료 접종 대상이 지자체마다 달라 주민들에게 혼선을 주고 있다.
전남 일부 시군은 전 주민을 대상으로 무료 접종을 하는가 하면, 기존 대상에 일부만 확대하거나 접종 비용 일부를 지원하기로 해 다른 시군과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0일 전남도에 따르면 올해 가을·겨울철 코로나19와 인플루엔자 동시유행에 대비한 독감 무료 접종 대상자는 생후 6개월~18세, 임신부, 62세 이상 노인 등이다.
접종대상 도내 인원은 66만3천명으로, 지난 8일부터 연령대에 맞춰 순차적으로 접종을 시작했다.
무료접종 대상 기준은 모든 지자체가 같지만 일부 지자체의 경우 무료접종 대상을 이보다 확대했다.
순천·여수시와 보성군 등 도내 일부 지자체는 독감과 코로나19의 동시 유행을 우려하면서 감염병 전파 차단을 위해 무료접종 대상 확대 등 선제 대응에 나섰다.
순천시의 경우 기존 독감 무료 예방접종 대상을 50세 이상 시민으로 확대했다.
재유행으로 감염자가 폭증했던 순천시는 백신이 없는 상태에서 코로나19와 독감이 동시에 유행하면 치명적 상황이 올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무료 예방접종 대상을 확대했다.
순천지역 국가 예방접종 대상자는 약 8만여명이지만 시비 16억원을 확보해 5만여명이 더 혜택을 보게 됐다.
인근 여수시는 독감 무료 예방접종 대상에서 제외된 만19~61세 시민에 대해서는 접종비를 일부 지원하기로 했다.
여수시민 중 만 60∼61세는 접종 비용 전액을 지원하고, 만 19∼59세는 본인 부담비 중 1만원을 지원한다.
보성군은 이보다 한발 더 나아가 독감 무료 예방접종 대상을 전 군민으로 확대했다
국가 무료접종 대상에서 제외된 군민을 위해 관내 의료기관과 협의를 거쳐 독감 주사 물량을 확보하고 부족 물량은 별도 발주할 방침이다.
하지만 이 같은 무료접종 대상 확대가 지역마다 다르게 적용되면서 주민들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주민 최성덕(59) 씨는 "옆 동네는 무료로 독감 주사를 맞는데 우리 동네는 돈 내고 독감 주사를 접종하라고 하면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정부나 지자체의 일관성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도내 일부 지자체는 이 점을 우려해 지난달 전남도에 무료접종 대상 확대방안을 검토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전남도는 이를 수용하지 못했다.
전남에서만 무료접종을 만19~61세까지 확대할 경우 280억원의 추가 재원이 필요한데 이를 도가 다 부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대부분의 도내 시군도 코로나19와 집중호우 태풍 등 자연재난 대응에 예산이 바닥이 난 상태에서 무료접종 대상을 자체 예산으로 마련하기도 힘들다.
무료접종을 확대할 경우 선거법 위반 소지까지 있다는 시각도 있어 일부 시군은 조례 제정까지 검토하고 있다.
전남도는 일단 국가 예방접종을 시작한 뒤 독감 상황을 살펴본 뒤 다시 이를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이다.
전남도 관계자는 "재정 여건이 보다 좋은 지자체의 경우 접종 비용 일부를 지원하거나 장애인이나 취약계층에는 무료접종을 확대하는 방법을 검토하는 것으로 안다"며 "지자체마다 사정이 달라 이를 조정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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