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중국 압박 예고하며 동참 호소…중국은 주변국에 미 추종 경고
정부, '평화적 해결 중요' 원론적 입장 반복할 듯
내주 아세안 외교장관회의서 미중 격돌…한국 부담 커지나
최근 미중 갈등이 격화하는 가운데 미국과 중국, 한국을 비롯한 당사국들이 모두 참여하는 아세안 관련 회의가 내주 잇달아 열릴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특히 미국은 회의에서 중국을 거세게 비난하며 반(反)중 전선에 주변국 참여를 압박할 것으로 보여 미중 간 조심스러운 길을 걷는 한국 외교에 부담이 될 전망이다.

6일 외교부에 따르면 강경화 장관은 내주 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의에 잇따라 참석한다.

외교장관회의는 9일에 아세안+3(한중일), 동아시아정상회의(EAS)와 한-아세안, 12일에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등 4개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화상으로 진행된다.

회의에서는 코로나19 방역 협력과 경제회복, 지역정세 등이 논의될 전망이다.

강 장관은 보건·의료 분야 및 경제 회복을 위한 역내 협력과 연대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대한 지지를 요청할 계획이다.

그러나 미중이 최근 연일 남중국해를 둘러싼 상호 비방전과 무력시위에 나서는 상황에서 올해 아세안 회의는 과거 어느 해보다 미중 '힘겨루기' 무대가 될 전망이다.

한국과 아세안 국가들에 대한 '줄 세우기'가 노골화할 가능성도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은 지난 2일 브리핑에서 중국 공산당이 이웃을 괴롭히는 사례로 남중국해과 인도-중국 국경분쟁을 언급하면서 이 문제를 아세안 회의에서 다룰 것을 예고했다.

특히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이 지난달 31일 미국, 일본, 호주, 인도 등 기존 4각 협력체에 한국, 베트남, 뉴질랜드까지 포함한 '쿼드 플러스'(Quad plus)를 언급하는 등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다자 연대에 한국 등 주변국 참여를 구체적으로 거론하고 있다.

일단 외교부는 "미국으로부터 참여 요청을 받은 바 없다"는 입장이다.

내주 아세안 외교장관회의서 미중 격돌…한국 부담 커지나
중국도 미국의 움직임을 지켜보고만 있지 않다.

뤄자오후이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지난 2일 국제 영상 세미나에서 "남중국해를 불안에 빠뜨리는 것은 미국의 이익과 글로벌 야심에만 부합하며 지역 국가들이 대가를 치러야 한다"며 아세안 국가들에 미국 추종에 대한 사실상의 경고를 던졌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중국도 주요 외교 전장인 아세안 회의에서 긴장할 수밖에 없다"며 "중국은 아세안에 미국의 약한 고리를 만들기 위해 외교적으로 진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는 남중국해와 홍콩 문제 등 미중 갈등 현안에서 어느 한 편을 들지 않고 원론적인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주요 수송로인 남중국해에서 평화와 안정, 항행 및 상공비행의 자유가 보장돼야 하고, 대화를 통한 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기대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그러나 안보, 경제, 과학기술 등 전 영역에서 미중 경쟁이 노골화하고 한국 등 다른 국가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압박이 거세지면서 기존 '줄타기'식 대응이 언제까지 유효할지 불투명하다.

트럼프 행정부의 최근 고강도 대(對)중 압박이 미국 대선을 고려한 측면이 있지만, 민주당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당선되더라고 중국을 견제 대상으로 보는 정책 방향은 달라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 교수는 "지금 미국의 다른 우호국들도 트럼프 대통령의 반중 전선에 부담을 느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면서 "우리도 미국 대선까지는 입장을 구체적으로 밝힐 필요가 없지만, 대선 이후에도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