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사진=연합뉴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진취적 정당으로 변화시키겠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사진)이 올 6월 부임했을 당시 일성이다. 김종인 위원장 등장 이후 국민의힘은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극우 세력과 선을 그었고, 기본소득을 내세우며 정책 정당으로 변모했다. 지지율도 한때 더불어민주당을 역전하는 상황까지 올라섰다.

'김종인호(號)' 100일. 풍문으로만 돌던 '김종인 대망론'마저 서서히 가시화하는 상황을 맞고 있다. 김종인 위원장이 새 당명과 함께 도약을 준비하는 가운데 당내에서도 기대 이상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전국위원회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전국위원회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보수정당서 보수색 뺀 김종인…'좌클릭' 행보 성공할까

100일간 김종인 위원장의 행보는 일단 '파격'으로 요약할 수 있다. 취임 직후 "보수라는 말을 쓰지 말라"는 말로 '탈색'을 예고했다. 이후 "빵 먹을 자유"를 언급하며 진보진영 의제였던 기본소득 카드로 여의도를 흔들었다.

민주당 텃밭인 호남 지역 수해현장을 민주당보다 먼저 방문하는 '묘수'를 던지기도 했다. 빌리 브란트 전 서독 수상을 흉내 낸 것이란 여권 지적도 있었지만 광주 5·18 묘지를 찾아 보수정당 대표로서는 처음으로 무릎을 꿇고 사과문을 읽었다.

일부 중진 의원들은 김종인 위원장 행보에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내는 등 당내 잡음도 끊이지 않았다. '좌클릭' '민주당 2중대'라는 비판이 대표적이었다.

이 같은 비판들에도 김종인 위원장은 흔들리지 않는 모습이다. 그는 "진보보다 더 앞서가고 진보보다 더 국민 마음을 사는 것"이라며 논란을 일축하고 의원들을 설득했다. 최근 국민의힘이 안정감을 찾아가면서 당내 갈등도 점차 가라앉는 모양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달 19일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무릎을 꿇고 참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달 19일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무릎을 꿇고 참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출범 100일 맞아 페이스북 시작 김종인…대권 보폭 넓히나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지난 1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인터뷰에서 김종인 대망론과 관련해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권 유력 대선 주자도 여의도에서 풍문으로 도는 김종인 대권 도전설을 사실상 인정한 셈이다.

마침 같은 날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는 대선 주자 선호도 조사에 처음으로 김종인 위원장을 후보군에 포함한 조사 결과도 발표했다. 1.3% 지지율로 최하위에 그쳤지만, 후보군에 포함됐다는 것 자체로 정치적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리얼미터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3년 만에 '페이스북 정치'를 재개한 점도 눈에 띈다. 당명, 정강·정책 개정 작업 마무리와 취임 100일을 기점으로 국민과 소통을 강화하려는 취지다. 일각에선 2017년 4월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가 한 주 만에 번복했던 김종인 위원장이 대선을 위한 본격 몸풀기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당초 김종인 위원장 '등판'에 우려를 표했던 국민의힘 소속 한 의원은 기대감을 보였다.
처음에는 우려도 컸던 게 사실이다. 크게 내색하진 않았지만 많은 당원들이 김종인 위원장의 '좌클릭'에 걱정이 많았다. 그렇지만 성과를 내고 있으니 어떻게 비판만 할 수 있겠는가. 이제 김종인 위원장에게 동력은 생긴 것이고 내년 재보궐 선거에 당이 총력을 모아야 할 때가 됐다.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