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7월 2일 오후 청와대에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으로부터 주택시장 동향 및 대응 방안에 대해 긴급 보고를 받았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7월 2일 오후 청와대에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으로부터 주택시장 동향 및 대응 방안에 대해 긴급 보고를 받았다. 사진=연합뉴스
수도권 집값 폭등으로 민심이 요동치고 있는 가운데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오는 9월 22일이면 역대 최장수 국토부 장관이 된다.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한 반발이 심각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김현미 장관에 대한 무한 신뢰를 보내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7월 31일 여론조사 전문회사 한국갤럽 발표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은 9주 연속 하락했고 3주째 부동산 문제가 부정 평가 이유 1위에 올랐다.

7월 초 같은 기관 여론조사에선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과 관련 '잘하고 있다'는 평가는 17%에 그친 반면, '잘못하고 있다'는 평가는 64%에 달했다.

보수 야권에서는 "이 정도로 부동산 정책에 대한 반발이 심하다면 과거 정권에선 주무부처 장관을 바꿔도 몇 번을 바꿨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7월 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부동산 대책이 21차례 나왔지만 오히려 집값이 폭등한 것과 관련 "야구에서 어떤 타자가 내리 21타수 무안타를 기록하면 4번 타자라도 대타를 내는 것이 기본"이라며 김현미 장관 경질을 공개 요구하기도 했다.

여론이 악화되자 여권 내에서도 김현미 장관 교체론이 제기되고 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정책 변화나 국면 전환이 필요할 수도 있다"며 "그런 부분(김현미 장관 교체)도 고려해야 할 타이밍이 아니냐"고 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7월 2일 김현미 장관을 청와대로 불러 부동산 대책 관련 긴급 보고를 받는 등 오히려 김 장관에게 힘을 실어줬다.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 컨트롤 타워는 김현미 장관이라는 점을 재확인한 것이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한경닷컴>과의 통화에서 "정책이라는 게 오늘 입안하면 바로 다음날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라며 "정책이 실패한 것이라고 결론 내리기는 이르다"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김현미 장관의 장점이 아주 많다. 그중 정치인 특유의 업무 추진력이 가장 큰 장점"이라며 "부동산 대책이 추진될 때마다 이해관계에 따라 반발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런 반발을 뚫고 일관되게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뚝심 있는 정치인 출신이 필요하다"고 했다.

관계자는 "김현미 장관의 리더십도 매우 뛰어나다"며 "솔직히 부동산 대책 관련 비판이 거세지면서 국토부 분위기가 좋지 않다. 김현미 장관이 간부회의에서 '우리가 추구하는 바가 바른 길이지 않느냐. 잘 밀고 나가자'고 직원들도 격려해 주시고 조직을 잘 통솔하신다. 장관이 교체되면 지금까지 추진해왔던 정책들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지금은 신뢰가 더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지금은 김현미 장관이 소신 있고 일관성 있게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라며 "김현미 장관에 대한 부처 내 평판, 장악력, 업무능력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하셨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장경태 의원은 "일반 시민들도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김현미 장관에게 응원을 보내고 계시리라 믿는다"며 "과거 정부에서도 정책에 대한 반발이 나온다고 국토부 장관을 곧바로 교체하는 경우는 보지 못한 것 같다"고 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7월 29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 전체회의에 참석해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7월 29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 전체회의에 참석해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반면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고집을 부리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장성철 소장은 "올해 초에도 문재인 대통령은 부동산 문제는 자신 있다고 했다. 김현미 장관을 교체한다는 것은 부동산 정책 실패를 자인하는 것이 된다. 부동산 정책 실패를 인정하기 싫어 김현미 장관을 고집한다고 본다"며 "이런 이유가 아니라면 지금까지 해온 정책을 계속 추진하면 집값이 잡힐 것이라는 자기 확신에 빠져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김현미 장관이 추진한 여러 가지 정책들은 결국 대통령의 뜻이었을 것"이라며 "부동산 전문가가 아닌 정치인 출신 김현미 장관이 주도적으로 정책을 시행했을 리 없다.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자신의 지시를 충실히 따르고 집행할 장관이 필요한 것인데 김현미 장관이 제 격인 것"이라고 했다.

장성철 소장은 "김현미 장관은 역대 최장수 국토부 장관을 넘어 대통령 임기 끝까지 같이 할 가능성 크다고 본다"며 "김현미 장관으로서도 지금 교체되면 실패한 장관이라는 낙인이 찍힌다. 향후 정치적 행보에 두고두고 걸림돌이 된다. 성과를 내고 퇴임하고 싶어 할 것"이라고 했다.

최근 부동산 관련 정부 비판 목소리를 가장 앞장서 내고 있는 김헌동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은 "집값 폭등은 김현미 장관을 신뢰하는 문재인 대통령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김헌동 본부장은 "대통령이 왜 김현미 장관을 신뢰하는지는 모르겠다"며 "김현미 장관을 당장 내쫓았어야 한다"고 했다.

김현미 장관이 최근 "부동산 정책이 종합적으로 다 잘 작동하고 있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서는 "(김현미 장관은)집값 계속 올리겠다는 정책만 써 왔다. 집값 올리는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고 비꼬았다.

마지막으로 김헌동 본부장은 "집값 폭등은 현 정부 탓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집값 폭등이 박근혜 정부 탓이라는)여당 주장에도 일리는 있다. 그래도 집권을 한 사람들이 집권 3년이 지난 이 시점까지 제대로 하지 못하고 남 탓을 한다는 것은 웃기는 일"이라며 "둘이 같이 못해놓고 네 탓, 내 탓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TMI는 '너무 과한 정보(Too Much Information)'의 준말입니다. 꼭 알지 않아도 되는 정보지만 독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정치 뒷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