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상회의로 해법 제시…강제징용 해결·코로나 협력 등 대화촉구
"일본 기업, 피해자에 사죄하고 그 증표로 기금 갹출" 등 제안
한일 원로·지식인 "지금 이대론 안돼, 함께 나갈 길 모색해야"
한국과 일본의 시민사회 원로와 지식인들이 악화 일로를 걷는 한일관계 해법을 찾고자 머리를 맞댔다.

한국의 동아시아평화회의와 대화문화아카데미, 일본의 일한온라인회의추진위원회는 지난 25일 서머셋팰리스 서울에서 '코로나 위기와 한일관계'를 주제로 화상회의를 했다.

강제징용 배상 판결 문제 등 한일 갈등을 풀기 위한 정부 간 대화에 별 진전이 없는 가운데 시민사회 차원에서 공론을 모으고 양국 간 대화를 촉구하기 위해 마련됐다.

일본에서 화상으로 참석한 후쿠다 야스오 전 일본 총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이로 인한 경제 위기, 미중 대립 등 한일 협력 없이 타개하기 힘든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일이 지금 같은 상태를 지속하고 있어도 괜찮겠냐는 우려를 갖고 있다"며 "코로나를 계기로 한일이 각각의 관계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상기하고 대화를 진지하게 해나가는 것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이홍구 전 총리는 "역사는 계속해서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며 "세계적인 팬더믹(감염병 대유행)으로 함께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상황 자체가 우리 모두에게 역사를 다시 생각하는, 서로의 위치를 다시 생각하는 계기를 마련해주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예컨대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는 참으로 훌륭한 진전이었지만 역사적인 금과옥조는 아니다"라며 "이번 코로나 사태와 같이 역사를 다시 생각해보고 우리가 함께 나갈 길을 다시 찾는 계기가 왔을 때는 잘된 일도 다시 되돌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국 참석자들은 한일관계를 대치 국면에서 협력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김대중 정부에서 주일 대사를 지낸 최상용 고려대 정치학과 명예교수와 일본의 대표적인 진보 성향 출판사인 이와나미서점의 오카모토 아쓰시 사장은 양국이 동아시아 평화와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협력할 것을 제안했다.

최 교수는 "앞으로 두 나라 지도자들이 세계와 동아시아, 그리고 한일 양국관계에서 윈윈(win-win) 할 수 있는 평화협력의 의지와 행동을 보인다면 쟁점 현안들을 외교협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카모토 사장은 미국과 중국의 대립으로 어려운 선택의 갈림길에 선 한일 양국이 유럽과 함께 협력하면 지역 안정과 번영을 구축할 수 있다고도 주장했다.

당면 현안인 강제징용 문제를 풀기 위한 제안도 있었다.

중국인 강제 노동자가 일본 법원에서 일본 기업과 합의한 선례를 적용해 일본 기업의 피해자에 대한 사죄, 사죄의 증표로서 기금 갹출, 도의적 책임, '잊지 않겠다'는 약속을 조건으로 한국인 피해자와 일본 기업 간 합의를 도출하자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 대법원 판결 이행을 전제로 정부가 일본기업의 손실을 즉각 보전하는 한국 정부의 제안이 한일 양국에 명분과 실익을 모두 충족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이 안은 일본 정부가 이미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에는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와 남기정 서울대 일본연구소 교수, 도고 가즈히코 교토산업대학 객원교수, 전후 보상 문제를 다뤄온 우치다 마사토시 변호사 등이 참석했다.

한일 원로·지식인 "지금 이대론 안돼, 함께 나갈 길 모색해야"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