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9일 경기 이천에 있는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에서 전자현미경으로 불화수소 세척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우리는 일본과 다른 길을 걸을 것”이라며 “위기를 기회로 삼아 글로벌 첨단 소재·부품·장비 강국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른쪽은 최태원 SK그룹 회장.
박원순 서울시장 실종 소식이 알려진 9일 오후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정치권은 큰 충격에 빠졌다. 당 지도부는 심야 회의를 소집하고 박 시장의 행방에 대한 소식을 공유하면서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도 국정상황실을 중심으로 경찰의 수색 진척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웠다.정치권 등에 따르면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저녁 심야회의를 소집했다. 박 시장 실종 보도가 나온 뒤 관련 정보를 수집하면서 사태 추이를 살핀 것으로 알려졌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오거돈 전 부산시장에 이어 박 시장마저 성추문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지자 충격에 빠진 모습이다. 민주당에선 10일 발표하기로 한 부동산 세제 개편안을 둘러싼 논의를 하던 중이어서 당혹스러워했다는 전언이다. 민주당은 이날 박 시장 관련 파장이 커지자 10일 오전 7시30분에 진행하려던 부동산 관련 당정협의를 전격 취소했다.한 민주당 의원은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박 시장이 최근 당 안팎에서 2022년 대권 도전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기 때문이다. 박 시장은 최근 ‘전 국민 고용보험’ 이슈를 내세우기도 했다. 부동산 논란 정국에서 여당이 주도하는 ‘서울 그린벨트 해제’ 가능성에 대해서도 선을 그으며 존재감을 내보였다.문재인 대통령도 박 시장의 신상에 대해 참모들에게 실시간으로 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이번 사안에 대해 별도 회의나 대책을 논의하진 않았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국정상황실을 중심으로 경찰 수색에 촉각을 기울인 것으로 전해졌다.박 시장의 행방이 묘연한 이유가 ‘성추행 고소건’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소식에 서울시 직원들도 충격에 빠졌다. 서울시청 관계자는 “박 시장은 내년 대선 후보 경선을 염두에 두고 최근 부시장, 보좌관을 대거 신규 영입했던 상황”이라며 “직원들의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다수 서울시청 직원들은 이날 밤 늦게까지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남아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일부 참모는 박 시장이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 등을 예상하며 향후 업무 계획 등에 대혼란이 생겼다는 우려를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시장의 신변 확보 여부와 무관하게 성폭력 의혹으로 정치적 행보에 제동이 걸릴 거란 분석도 많다.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치러질 경우 내년 4월 7일 부산시장 재보궐선거와 함께 치러질 것으로 예상된다.미래통합당도 이 같은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소속 의원들에게 “여러모로 엄중한 시국”이라며 “우리 의원님들께서는 언행에 유념해 주시기를 각별히 부탁드립니다”는 내용을 공지했다.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문재인 대통령은 9일 “우리는 일본과 다른 길을 걸을 것”이라며 “‘K방역’이 세계 표준이 된 것처럼 소재·부품·장비 산업에서도 세계를 선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규제 1년을 맞아 이날 경기 이천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에서 열린 ‘소·부·장 산업’ 간담회에서다. 문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삼아 글로벌 첨단소재·부품·장비 강국으로 도약해갈 것”이라며 ‘소재·부품·장비 2.0 전략’을 발표했다.국산화 성과 가시화, 한국의 길 갈 것문 대통령은 지난 1년간 소부장 안정화를 위해 노력해온 기업·국민과 함께 일본 수출규제 대응 경험과 성과를 공유하고, 소부장 강국 및 첨단산업 세계 공장으로의 도약을 위해 SK하이닉스 사업장을 찾았다. SK하이닉스가 소부장 기업들을 위해 마련한 핵심 측정센터를 방문해 업체들의 협력 공정과 소부장 개발 현황 등도 확인했다.일본 수출규제로 시작된 국산화 노력은 성과를 내고 있다. 반도체 소재 기업인 동진쎄미켐은 이르면 올해 안에 불화아르곤 포토레지스트를 양산할 계획이다. 포토레지스트는 반도체 공정의 필수 소재로 일본이 세계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동진쎄미켐은 지난해 10월 SK하이닉스와 공동개발에 들어갔다. 반도체 소재 기업인 솔브레인은 이미 일본과 같은 수준의 액상불화수소를 생산하고 있다. 향후 품질을 높여 해외시장으로도 진출할 계획이다. 조동호 솔브레인 연구원은 “SK하이닉스와의 협업으로 양산 적용 평가 기간을 1년에서 3개월로 단축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문 대통령은 “소부장 주요 기업이 스스로 공유인프라를 구축하고 중소기업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해준 것은 의미가 있다”며 “함께 노력한 덕분에 일본의 수출 규제를 잘 극복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세부 내용은 기존 발표 반복 지적도이날 정부는 수출규제 대응 경험을 토대로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 소부장 2.0 전략을 발표했다. 글로벌 소부장 강국으로 도약과 첨단산업 세계공장화 등의 전략과제를 담았다. 이를 위해 소부장 정책 대상을 확장하고, 2022년까지 차세대 기술 개발에 집중 투자하기로 했다. 첨단산업 세계공장이 되기 위해 유턴기업 등에 5년간 1조5000억원의 재정도 투입하기로 했다.문 대통령은 “우리는 일본과 다른 길을 걸을 것”이라며 “글로벌 공급망의 안정에 기여하며 국제사회와 협력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것이 우리가 가고자 하는 ‘한국의 길’”이라고 덧붙였다.하지만 이날 나온 소부장 2.0 전략이 기존 발표 내용의 반복이거나 불분명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선 소부장 대책의 일환으로 정부가 적극 대응하는 품목을 100개에서 338개로 확대하는 것과 2022년까지 관련 기술 투자에 5조원 이상을 투자하는 내용은 2월 소부장 후속 대책 등에서 발표했던 내용이다. 소부장 강소기업을 100개 육성하겠다는 계획도 지난해 나와 45개사를 이미 선정했으며, 하반기에는 추가로 45개사를 뽑을 예정이다.국내에 공장을 짓는 외국 기업과 국내로 돌아오는 ‘유턴 기업’에 5년간 1조5000억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이 역시 확정된 내용은 없다.눈에 띄는 부분은 유턴 기업 지원을 위한 최소 고용 요건을 폐지한 것이다. 이전에는 20명 이상을 고용해야 관련 지원을 받을 수 있었지만 이번 대책에서 이 같은 기준을 없애고 고용 규모와 투자액 등에 따라 차등 지급하기로 했다.강영연/노경목 기자 yykang@hankyung.com
일본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수출규제 3개 품목 중 국산화에 가장 어려움을 겪어온 포토레지스트(감광재)의 국내 생산과 국산화가 목전에 다가왔다. 지난 1월 국내에 포토레지스트 공장을 설립한 듀폰코리아가 지난주 첫 양산품 생산을 시작했으면 국내 업체인 동진쎄미켐은 연말께 국산화를 기대하고 있다.배영철 듀폰코리아 부사장은 9일 경기도이천 SK하이닉스 공장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대한민국 소재ㆍ부품ㆍ장비들과의 대화'에 참석해 " 지난 6~7개월 동안 임직원들이 불철주야 노력한 끝에 지난주에 포토레지스트리 양산품 나왔다"고 말했다. 배 부사장은 "양산 적용 평가를 진행해 문제 없으면 국산 포토레지스트가 들어간 반도체칩이 나오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포토레지스트는 반도체 최고 공정인 극자외선(EUV)반도체공장 들어가는 감광재로 지난해 7월 일본의 수입규제에 들어간 3개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가운데 핵심이다. 반도체 식각 소재인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와 플루오린 폴리이미디는 국산화에 성공해 일본 제품을 대체하고 있지만 포토 레지스트는 기술장벽때문에 국산화에 애를 먹었다.극자외선 공정에 들어가는 포토레지스트는 그동안 전략 수입에 의존해왔다.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타개를 위해 산업통산자원부는 지난 1월 글로벌 화학소재기업인 듀폰과 국내에 극자외선(EUV)용 포토레지스트 생산시설 투자협약을 맺었다.배 부사장은 "지난 1년은 듀퐁 본사의 전력지원과 국내 기업들의 적극적 협조, 정부의 발로 뛰는 행정이 있어 대한민국 소부장에 외국인 기업도 할 일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진입장벽이 높은 산업에서는 외국인투자기업에서 징검다리가 돼 줄 수 있다"고 말했다.SK하이닉스와 포토레지스트 개발 협업을 진행중인 동진쎄미켐은 연말까지 국산화를 기대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포토레지스트 협력공정 시찰 도중에 양산시점을 묻는 문 대통령의 질문에 동진쎄미켐 연구관계자는 "하이엔드급 포토 레지스트는 SK하이닉스 연구원들과 같이 작년 10월부터 개발중에 있다"며 "굉장히 어려운 작업이지만 많은 지원과 협력으로 연말까지 양산적용에 반드시 성공하겠다"고 답했다.동진쎄미켐은 반도체용 포토레지스트를 세계에서 4번째로 개발하는 데 성공한 국내 업체이다. 지난해 부품소재 수출 규제가 시작된 이후 SK하이닉스와 손잡고 일본 업체가 90%를 독점하고 있는 극자외선(EUV) 공정의 포토레지스트 개발에 나섰다.문 대통령은 "소부장 주요 기업들이 스스로 공유인프라 만들어서 노력한 덕분에 우리가 일본의 수출규제를 극복해낼 수 있었고 이제는 더 큰 소부장 강국으로 갈 수 있게 됐다"고 격려했다.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