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회원들이 7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주택처분 서약 불이행 규탄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회원들이 7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주택처분 서약 불이행 규탄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여권이 부동산 정책발 민심 이반에 긴장하고 있다. 21번의 부동산 대책에도 집값이 잡히지 않자 최근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이 크게 하락했다.

이에 여권에서는 다주택 공직자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강남 아파트 대신 지역구 아파트를 매각하기로 결정해 여론 뭇매를 맞았던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결국 반포 아파트를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노영민 실장이 서울시 반포 아파트를 남기고 지역구인 충북 청주 아파트를 팔기로 하자 인터넷상에서는 반포영민(반포 아파트 영민), 갭영민(갭투자 영민), 똘똘영민(똘똘한 한 채 남긴 영민) 등 조롱이 쏟아졌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다주택 의원들을 향해 이른 시일 안에 처분 계획을 밝히라고 재차 통보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1대 총선 다주택 후보자의 경우 2년 안에 1채만 남기고 나머지를 처분하겠다는 서약서를 받은 바 있다.

일부 여권 인사들은 벌써부터 "전세에 묶여있어 어렵다" "집이 팔리지 않는다" 등의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2017년 당시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은 집값 안정을 호언장담하며 "내년 4월까지 집 팔 기회를 드리겠다"고 했지만 여권 내부에서조차 "정부 경고를 무시한 사람들만 돈을 벌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 따르면 수도권에 2채 이상 주택을 보유한 일부 청와대 참모들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3년간 보유한 주택 시세가 10억원 넘게 올랐다.

더불어민주당 1주택 외 주택 보유자는 총 180명 중 42명이었다. 이중 더불어민주당 총선기획단의 주택처분 서약 권고대상에 속하는 투기지구․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에 2채 이상을 보유한 국회의원은 12명이고, 6․17 대책 기준을 적용할 경우 9명이 늘어난 21명이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가지고 있는 반포 아파트. 사진=뉴스1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가지고 있는 반포 아파트. 사진=뉴스1
청와대는 이미 지난해 12월 참모진에게 "수도권에 집을 2채 이상 보유했다면 6개월 내에 한 채만 남기고 처분하라"고 권고했지만 대부분 지키지 않았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같은 달 언론사 경제부장 오찬 간담회에서 "주택 여러 채를 보유한 정부부처 고위 공직자는 한 채만 빼고 처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지만 본인도 지키지 않았다.

고위 공직자 가운데 최초로 "집 한 채만 남기고 팔겠다"고 공개 선언했던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여전히 다주택자다.

6·17 부동산 대책 이후 규제지역으로 추가 지정된 지역 주민들이 갑자기 강화된 대출 규제에 대한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는 가운데 정작 더불어민주당은 대출로 당사를 마련한 사실도 재조명받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017년 국회 앞 당사를 200억원 가량에 구입하면서 구입액의 약 80%를 대출받았다.

당시 한 네티즌은 "더불어민주당은 80% 대출 끼고 당사 사놓고 일반 국민들이 대출 받아 집사는 것은 투기라고 한다"고 비판했다.

부동산 매각에 나선 일부 여권 인사들 사이에서는 각종 꼼수가 난무하고 있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주택을 매각하는 대신 아들에게 증여했다. "집을 재산증식 수단으로 삼지 말라"는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을 역행하는 행위라는 비판이 나온다. 부동산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되니 매각 대신 증여를 선택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핵심 친문으로 분류되는 윤호중 의원은 올 3월 기준 서울 서대문구 다세대 주택을 증여했지만 대신 배우자 명의로 주택·상가 복합 건물을 신규 매입했다.

박병석 국회의장의 경우 지역구인 대전 서구 아파트는 가족에게 증여하고, 가족에게 증여한 아파트에 주소지만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박병석 의장 측은 "서울 서초구 아파트의 경우 기자 때부터 소유해 만40년 간 실거주를 하고 있다. 이 아파트는 재개발에 따른 관리처분기간이어서 3년 간 매매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소속 이시종 충북지사 역시 집을 한 채 팔았지만 서울 송파구 아파트를 남기고 자신이 도지사를 맡고 있는 충북 청주의 아파트를 팔았다.

이는 강남 집값을 잡겠다는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 기조와 배치된다. 특히 박병석 의장의 경우 서초 아파트 시세가 4년 만에 23억원 가량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경실련 자료에 따르면 민주당 양향자(광주 서을)·윤준병(전북 정읍 고창)·김회재(전남 여수을) 의원 등도 지역구에는 주택이 없고 수도권에만 2주택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됐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