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스스로 할일 판단해야"...독자 대북교류 강행하나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사진)가 장관 지명 후 첫 출근길에서 독자적인 대북협력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북한이 그간 ‘남북관계의 족쇄’라며 지속적으로 불만을 나타내온 한·미 워킹그룹을 우회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드러냈다.

이 후보자는 6일 서울 삼청동 남북회담본부로 처음 출근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한·미 워킹그룹을 통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과 우리 스스로 판단해서 할 수 있는 일을 구분해야 한다는 게 평소 제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대북)제재 자체가 목적이 아니고 궁극적으로 도달하려는 목적은 한반도 평화”라며 “창의적인 해법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이 후보자가 언급한 ‘우리 스스로가 판단해서 할 수 있는 일’이란 올초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온 대북 개별관광, 보건협력사업 등 다양한 대북 지원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일부 사업은 미국 측이 워킹그룹을 통해 논의할 문제라고 밝히면서 제재 저촉 여부가 논란이 됐지만, 정부는 ‘주권 문제’라는 언급까지 해가며 강행할 의지를 여러 차례 밝혀왔다. 이 밖에 워킹그룹의 제재로 추진되지 못하는 금강산관광·개성공단 재개 역시 넓은 의미에서는 같은 범주에 넣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깊이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이날 한 라디오방송에서 이 후보자에 대해 “미국과의 협상에서도 외교부를 통해 또는 워킹그룹이라는 실무그룹을 통해 미국의 허락을 받으려고 하는 걸 뛰어넘을 수 있는 그런 상상력, 추진력이 있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그간 북한은 한·미 워킹그룹에 대해 지속적으로 불만을 드러내왔다. 한국이 한·미 워킹그룹에 얽매여 독자적인 남북협력을 하지 못한다는 비판이었다. 북한은 이날 역시 대외선전매체 ‘조선의 오늘’을 통해 ‘언제까지 치욕과 굴종의 굴레를 쓰려는가’라며 한·미 워킹그룹을 비판했다.

대북정책을 둘러싼 관심은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의 방한으로 한층 뜨거워질 전망이다. 비건 부장관은 7일 방한할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11월로 예정된 미국 대통령선거 전에 미·북 대화를 재개할 수 있는 기회는 이번 방한이 사실상 마지막으로 관측돼 미국이 북한에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외교가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제3차 미·북 정상회담 카드를 ‘10월의 서프라이즈’로 꺼내 들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는 분위기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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