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성 교수,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14주년 학술회의서 주장

북한이 남북군사합의를 파기하겠다며 위협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미국과의 비핵화 합의는 깨지 않을 것이며 향후 미국과 핵 협상에 다시 나설 여지도 열어두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북한, 북미 합의는 깨지 않을 것…핵 협상 여지 남아있어"
전재성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23일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영원홀에서 열린 통일평화연구원 창립 14주년 학술회의에서 "하노이 회담 결렬 후 북한의 명백한 협상 파기 의사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도발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북 협상 노력을 무위로 만들 상황이 조성되지 않도록 북한이 노력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대남·대미 공세의 전면에 나서지 않은 것도 짚으며 "향후 북미 핵 협상을 위한 유리한 환경 조성의 여지가 남아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싱가포르에서 1차 북미정상회담을 열고 비핵화 합의를 했지만, 지난해 2월 하노이에서 열린 2차 회담이 결렬되면서 양국 관계는 교착상태에 빠졌다.

북한이 최근 통신연락선 차단과 개성 연락사무소 폭파 등으로 거친 대남 공세에 나선 것 역시 향후 북미 협상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 교수는 "남북 긴장 조성과 미국 안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신무기 과시 등은 미국 대선 기간, 신행정부 등장 후 북핵·북한 문제 우선성을 높일 수 있는 하나의 계기"라고 봤다.

또 "대북 경제제재 해제 현실화가 어려운 환경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대미외교를 비판하는 강경 세력을 잠재우기 위한 대남공세로 볼 수 있는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북미 간 비핵화와 제재 해제 조치가 단계적으로 실행돼야 한다는 제언도 내놨다.

1단계로 핵 동결과 철저한 검증·영변 핵시설 완전 해체 등이 이뤄졌을 때 한미가 유의미한 경제 제재를 풀고, 2단계로 완전한 핵 폐기가 이뤄지면 경제제재를 완전히 해제하는 식이다.

또 핵무기 완전 폐기에 대한 대가로 경제제재 완전 해제를 넘어 김정은 정권 존속 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