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번이 충돌…갈등설에는 나란히 선긋기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23일 기본소득 문제를 놓고 시각차를 노출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사회안전망 4.0 정책토론회'에서 "기본소득 이론이 출현했을 때 가정한 경제 상황이 언제 도래할지 아무도 모른다"며 "그런 상황이 전개될 것으로 전제하고, 우리 실정에 맞는 한국식 기본소득제도를 만들 수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반면 원 지사는 축사에서 "기본보장 확대의 여러 방안 중에 기본소득 논의가 자리하고 있다"면서도 "기본소득 논의는 그 자체만으로 보면 깊이 짚어봐야 할 문제점이 많은 것도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기본소득, 김종인 "미리 준비해야" 원희룡 "문제 많아"(종합)
원 지사는 토론회 종료 뒤 기자들과 만나서는 "기본소득보다 실업급여나 국민연금 등이 훨씬 시급하다"며 "전면적 기본소득론은 현재로서 오히려 실현 가능성이나 효과 면에서 초점이 잘못될 수 있다"고 부정적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어 "'한국형 기본소득'이라고 해서 전부 (재원을) 뿌리는 것보다 재난, 실업, 저출산 등 특정 위험 요소를 고려한 소득 보장에 대해 깊이 고민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과 원 지사는 이달 초에도 보수 혁신 방안 등을 놓고 공개 충돌했다.

원 지사는 지난 9일 미래혁신포럼 특강에서 "외부의 히딩크 감독에 의해 변화를 강요받는 현실"이라며 김 위원장이 진보적 의제를 던져 보수 색채를 빼려는 것을 공개 비판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원 지사가 이야기한 보수의 역동성은 계속해서 변화해야 한다는 뜻"이라며 "제대로 공부를 하고서 얘기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맞받았다.

기본소득, 김종인 "미리 준비해야" 원희룡 "문제 많아"(종합)
고(故) 홍사덕 전 부의장 빈소 조문 때에는 김 위원장이 원 지사가 빈소에 먼저 와있다는 측근의 귀띔에도 "얼마 전에도 봤다"며 만나지 않고 자리를 뜨는 등 냉랭한 기류가 감지됐다.

그러나 두 사람은 갈등설에 선을 그었다.

김 위원장은 출입기자단 오찬 간담회에서 "원 지사가 어떤 생각을 하는 사람인지 잘 안다.

공격 발언에 불쾌하지 않았고, 강연 직후 원 지사에게서 전화가 왔었다"며 언론에서 대립각을 세우는 것에 대한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원 지사도 "김 위원장이 최근 제주에 왔고, 내가 (김 위원장의) 광화문 연구실을 찾아가면서 국가 전반의 문제에 대해 자문을 해왔다"며 "언론에서 보는 것 같은 구도가 전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