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17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북한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17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북한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 국방부‧통일부가 일제히 대북 강경발언을 쏟아냈다. 그동안 연이은 북한의 막말에도 대응을 자제해온 것과 확실히 달라진 양상이다.

청와대는 17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 기념행사 발언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담화를 낸 것과 관련해 "취지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매우 무례한 어조로 폄훼한 것은 몰상식한 행위"라고 강력 비판했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브리핑에서 "그간 남북 정상 간 쌓은 신뢰를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일이며, 북측의 이런 사리 분별 못하는 언행을 우리로서는 감내하지 않을 것을 분명히 경고한다"고 강조했다.

윤 수석은 "북측은 또 우리 측이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대북특사 파견을 비공개로 제의했던 것을 일방적으로 공개했다"며 "전례 없는 비상식적 행위며 대북특사 파견 제안의 취지를 의도적으로 왜곡한 처사로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최근 북측의 일련의 언행은 북에도 도움 안 될 뿐 아니라 이로 인한 모든 사태의 결과는 전적으로 북측이 책임져야 할 것"이라며 "북측은 앞으로 기본적 예의를 갖추기 바란다"고 했다.

국방부는 북한이 사실상 9·19 군사합의 파기를 예고한 데 대해 "실제 행동에 옮겨질 경우 북측은 반드시 그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통일부도 북한이 금강산과 개성공단에 군부대를 다시 주둔시키겠다고 밝힌 데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서호 통일부 차관은 "오늘 북측의 발표는 2000년 6·15 남북공동성명 이전의 과거로 되돌리는 행태"이며 "우리 국민의 재산권에 대한 명백한 침해"라며 "북측은 이에 대한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추가적인 상황 악화 조치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여당도 가세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국가 간 외교에는 어떤 상황에도 넘지 말아야 할 금도가 있다. 판문점 선언의 상징을 폭파하는 북쪽의 행동은 금도를 넘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북한이) 그동안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해 노력해 온 남북한 모든 사람의 염원에 역행하는 처사를 했다"며 "이런 행동은 반짝 충격 효과가 있을지 모르나, 한국인 마음에 불신과 불안을 심어 장기적으로 한반도 평화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같은 당정청의 대응은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앞서 북한은 옥류관 주방장까지 동원해 "평양에 와서 이름난 옥류관 국수를 처먹을 때는 그 무슨 큰일이나 칠 것처럼 요사를 떨고 돌아가서는 지금까지 전혀 한 일도 없다"면서 문 대통령을 겨냥해 막말을 퍼부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인 지난 15일 "(한반도 평화를 위한) 김정은 위원장의 노력을 잘 알고 있다"면서 다시 한 번 화해 메시지를 보냈다. 북한이 아무리 '말폭탄'을 쏟아내도 민주당, 통일부 등도 청와대와 비슷한 태도를 유지해왔다.

이전과 달리 여권에서 대북 강경발언이 쏟아져 나온 것은 전날(16일) 북한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연락사무소 폭파는 단순히 남북 합의를 깨는데 그친 것이 아니라 우리 국가와 국민의 재산에 손을 댄 행위라 상응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 이를 묵인하면 북한이 우리 영토나 국민을 겨냥한 추가 도발을 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여권이 강경대응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이 연락사무소를 폭파했음에도 일부 여권 인사가 오히려 북한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하는 등 대북 저자세 외교 논란으로 악화된 여론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풀이된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